[사설]背信이냐 忠言이냐

  • 입력 2006년 12월 27일 2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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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사들의 국정(國政)에 대한 고언(苦言)이 잇따르고 있다. 고위직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신을 임명해 준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나서는 현상이 유독 이 정부에서 두드러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할 말 있으면 (현직에) 계실 때 많이 해 달라”고 한 것은 ‘전직들의 뼈아픈 말’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다. 그러나 전직들에게 의리가 없다고 탓하기 전에 국정운영의 문제점부터 성찰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그제 긴급회동을 하고 “지금 대한민국은 유사 이래 최대의 안보위기에 처해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군(軍) 원로 중에도 현 정부에서 군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김인식 김명균 전 해병대 사령관 등이다. 이들은 군 최고통수권자의 자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우국충정(憂國衷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 밖에도 이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 국방보좌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이들의 고언과 비판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의 한 징후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 안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이들의 지적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어떤 내용이냐가 중요하다. 나라의 바른 방향, 국정의 바람직한 처방을 제시한 것이면 대통령도 고깝게만 생각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이를 수용하는 것이 옳다.

원래는 이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었으나 요직에 앉자 ‘코드 맨’으로 변신한 사람도 숱하게 많다. 평소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바른 말을 하고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그리고 대통령이 이를 경청했더라면 국정이 지금처럼 파탄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대통령의 심기만 살필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무회의 당부대로 ‘할 말’을 해야 한다. 전직 인사들의 고언도 현직에 있을 때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제대로 된 국가요 정권이라면 그게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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