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임숙]남자는 성매매꾼? 여성부의 뒤틀린 시각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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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6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벌인 ‘성매매 예방 다짐 릴레이-건전한 회식문화를 약속해 줘’ 캠페인이 물의를 빚고 있다. 회식 이후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캠페인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사람을 가장 많이 모은 팀에 다음 달 5일 1등 100만 원, 2등 50만 원을 주는 등 모두 36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캠페인 총예산은 5800만 원이다.

이 캠페인에 지원한 팀은 1400여 개에 참가자만 1만4000여 명이다. 1600여 명이 서명한 팀이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참가자 현황이나 누리꾼의 반응으로만 보면 여성부는 성매매에 대한 관심을 부각하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인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가 자꾸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 이유가 누리꾼의 댓글에 다 나와 있다.

‘법무부에서는 도둑질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돈을 줘라.’(internet3840)

‘그렇게 나랏돈이 만만한 것인가.’(kwak2904)

‘만약 돈만 타고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은 어떻게 검증이 가능한가.’(최인덕)

‘남자들을 모조리 성매매꾼으로 아는 모양인데…’(mhson)

26일 여성부의 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캠페인을 기획한 의도를 물어봤다.

“성매매로 이어지는 회식 문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벤트 대행회사에 맡기면 항상 눈에 띄는 행사 위주로 가기 때문에 의도와는 다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성매매를 막기 위한 순수한 취지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부각된 것에 대한 당혹감이 배어 나왔다. 댓글만 수천 개가 달리고 항의하는 수많은 누리꾼의 접속 시도로 홈페이지가 수시로 다운된 해당 부서의 답변치고는 너무 어설펐다.

일반 남성을 잠재적인 성매매자로 여기는 데 대한 불쾌감을 여성부는 왜 예상하지 못했을까.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여성부 측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집안 행사를 하더라도 어떻게 행사를 치르고 어느 정도 비용을 치러야 가족 모두가 만족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하물며 한 나라의 여성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라면 선의의 의도라 할지라도 그 방법과 내용이 초래할 파장 등을 면밀히 검토했어야만 했다.

하임숙 교육생활부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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