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고산·이소연 씨의 메시지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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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관련된 가장 인상 깊은 영화를 필자더러 말하라면 1997년 개봉된 두 편의 SF영화 ‘가타카’와 ‘콘택트’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유전자로 신분이 결정되는 미래사회에서 열성 유전자를 지닌 빈센트 프리먼(이선 호크)은 우성 유전자를 지녔지만 불구가 된 제롬 머로와 신분을 바꿔 우주비행에 도전한다(가타카). 우주비행을 떠나는 그의 마지막 말은 잊을 수 없는 명대사다. “인체의 모든 원자는 별의 일부였다고 한다. (우주비행은) 떠나는 길이 아니라 귀향길인지 모른다.”

▷조디 포스터가 주인공 엘리 애러위로 분한 영화 ‘콘택트’는 지능을 가진 외계생물을 찾는 여성 과학자의 얘기다. 저명한 천문학자 겸 저술가인 칼 세이건의 동명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이 거대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는 것은 공간의 낭비”라고 말한다. 그제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후보가 된 고산 씨와 이소연 씨는 ‘우주’로의 열정을 굽히지 않았던 두 영화의 남녀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

▷절대 고독의 우주에서 힘든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우주인 선발 기준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두 젊은이는 지덕체를 갖춘 ‘완벽 남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특히 두 사람은 요즘 학생들이 기피하는 자연과학과 이공계 출신으로 해외 유학 경험도 없는 순수 토종이다.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한 고 씨는 대학원 과정은 공대에 진학해 인공지능을 연구했고, 이 씨는 여성으로는 드문 기계공학도다.

▷고난도의 비행기술이 요구됐던 초기 우주인은 공군 조종사 출신이 많았다. 요즘엔 우주에서 진행되는 과학실험을 주관할 이공계 출신이 선호된다. 경제발전의 주역이면서도 ‘공돌이’로 비하되고, 외환위기의 격랑 속에서 가장 먼저 조직을 떠나야 했던 것도 이들이었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딴 우리 두뇌들의 4분의 3이 이런 현실에 실망해 귀국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남들이 기피하는 험난한 길을 자부심을 갖고 걸어온 이들은 우주 어딘가에서 ‘빛나는 초록별’ 지구를 내려다볼 자격이 충분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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