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작용 큰 ‘균형발전’ 또 새판 벌이겠다니

  • 입력 2006년 12월 12일 2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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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에 ‘돈 바람’이 분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크기인 578만 평 ‘경제자유구역’에 토지보상금 5조 원이 15일부터 풀린다. 고급 술집과 외제 자동차 딜러들이 등장했다. “사업자금을 달라”며 부모를 폭행하거나 형제끼리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대토(代土) 구입이 예상되면서 자유구역 인근은 물론이고 주변 섬의 땅값도 2∼4배로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보상 대상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외지인(外地人)이다.

영종도는 현 정부의 ‘국토균형개발’ 실상이 집약된 현장이다.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혁신크러스터, 국제자유도시 등 이름을 다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지역균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내년 초까지 전국에서 풀릴 토지보상금이 60조 원이고 2008년 말까지는 추가로 50조 원이 더 풀린다. 이 돈이 수도권 집값을 들쑤시고 있다. 혼쭐이 난 정부는 보상금의 일부를 다른 땅으로 주는 현물보상제 도입을 검토할 정도다.

이 판국에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은 “내년 상반기에 ‘제2의 국토균형발전계획’을 내놓을 것이며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지금은 기존 균형개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시장을 안정시킬 때다. ‘획기적 균형발전계획’이라며 또 무리한 모험을 시도할 때가 결코 아니다. 경제와 민생이 만신창이 상태인데 대선용 선심정책까지 내놓아 후유증을 증폭시킬 생각 인가.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전 국토를 고루 이용하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그렇더라도 정책은 시장원리에 맞도록 설계돼야 한다. 수도권 공장 설립을 억지로 막거나, 세금으로 투기자금을 대주는 꼴인 균형발전이 돼선 곤란하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정책의 균형 및 완급을 조절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광역뿐 아니라 소지역 간, 지주와 땅 없는 사람 간의 불균형 및 양극화만 심해진다. 지난 4년간 개발정책의 덕을 본 국민은 극소수이고, 부작용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과 국민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었음을 정부는 정녕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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