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동성]모든 나라가 기업을 ‘대접’하는데…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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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회책임을 다하는 기업시민’으로 삼성이 바스프, 인텔, 완커(萬科), 이리(伊利) 등 20개의 외자 기업 및 중국 기업과 함께 뽑혔다고 한다. 중국의 대표적 경제지 가운데 하나인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導)가 주관했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착잡한 마음을 갖게 된다.

족쇄 채우다 해외로 떠나보낼 판

우선 삼성을 비롯해서 LG, 현대와 같은 기업을 ‘우리 기업’으로 불러도 될지 고민해야 할 듯하다. 위 행사는 중국 정부가 각종 혜택을 제공해 투자를 유치한 한국 기업에 중국 언론이 칭찬을 하고 명예를 줌으로써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들 기업은 중국 사회를 위해 더욱 큰 공헌을 할 것이다.

반면 한국정부 관료 중 상당수는 한국 대기업이 성장과정에서 정부의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오늘의 대기업을 만들어 줬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이를 근거로 대기업에 족쇄를 채우고 싶어 한다.

대기업에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중국이 한국보다 더 큰 돈을 벌게 해 준다는 판단을 하면 한국에 있는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한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본사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일이 가능한 시대이다. 세계 기업이 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본사를 서울에서 다른 세계적인 도시로 옮길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해외 유수 국가에서는 이미 현재형이 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IT를 비롯해서 기업 관련 서비스가 가능한 도시로 본사를 옮겨서 세계 기업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정부는 기업의 국적이 어디이건 관계없이 이들을 ‘갑’에 해당하는 고객으로 모시고 ‘을’의 처지가 되어 자발적으로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하고 싶도록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언론 역시 한국 기업이 세계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이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대해 칭찬과 예우를 해야 한다.

이번 보도를 통해서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존재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세계적 기업의 한국 법인이다. 1만 개가 넘는 이들 기업은 외국 기업 소속이지만 활동무대와 소득 원천은 모두 한국이다. 한국 기업과 똑같이 한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한국 기업과 똑같이 세금을 내며, 한국 기업과 똑같이 한국 소비자에게 신상품을 제공한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와 한국을 위해 공헌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세계적인 기업을 정부는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고 언론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시민으로 인정해 명예를 주고 칭찬을 통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우리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외계인 보듯이 차별대우할 것이 아니라 당당한 한국 기업으로 인정해 주면 이들은 자발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좀 더 큰 책임을 지고 한국인을 위해 더욱 많은 봉사를 할 것이다.

사회적 역할 하는 기업 격려해야

혜택은 외국 기업에만 주지 말고 한국 기업에도 호혜주의 원칙에 따라 똑같이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사회에서 때론 구체적 실체로, 때론 막연한 이슈로 존재하는 ‘반기업 정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물론 반기업 정서는 본질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기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창업자 가족 중 법을 무시하고 윤리를 훼손하는 일부 인사에 대한 거부감의 발로이다.

하지만 ‘칭찬 앞에서는 고래도 춤춘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가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기업에 대해 칭찬을 하고 명예를 주면 이들이 더욱 보람을 갖고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물론 GE코리아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도 ‘우리 기업’, ‘우리를 위한 기업’이 될 것이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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