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방송통신위 코드 입법’ 국조실의 변명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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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방식은 어차피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 수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무조정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의 대통령 직접 임명 방식이 문제가 될지 사전에 몰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하는 거대 기구. 정부는 내년 상반기 방송통신위 출범을 목표로 설립 법안을 입법예고 중이다.

KBS, MBC, EBS의 사장, 이사, 감사에 대한 추천, 선임, 임명권을 가진 현 방송위는 대통령과 국회가 각각 위원 추천권을 나눠 갖고 있다. 그러나 신설될 방송통신위는 방송위의 권한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도 장차관급인 위원 5명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방식이이서 즉각적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임명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했다”며 “정 문제가 된다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위원을 국회 추천 몫으로 변경하거나, 입법예고 기간 중 다른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의 이 같은 태도는 법안을 만들고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입법안이 예고되면서 본보(6일자 A6면)가 대통령의 직접 임명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마자 통합 당사자인 방송위는 이 법안에 대한 전면 거부를 선언하고 국무조정실 산하 방송통신융합추진 지원단에 파견한 직원까지 모두 철수시켰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국회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또 입법예고 기간에 고치면 된다고 처음부터 손 댈 법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때문에 ‘나중에 고치려 했다’는 국무조정실의 설명도 어딘가 석연찮게 들린다. 국무조정실 민관합동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 관계자는 7일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하는 것이 전문성 등을 보장하는 데 더 용이하다”며 대통령 직접 임명방식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국무조정실이 대통령의 방송 장악에 ‘총대’를 멨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에서나 입법예고 기간에 수정하려고 했다’고 말을 바꿨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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