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급변사태 ‘강 건너 불’ 아니다

  • 입력 2006년 12월 3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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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 등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CONPLAN) 5029’를 내년 말까지 구체적으로 마련키로 했다. 양국 국방부 장관이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의 논의를 토대로 이를 위한 전략지침에 합의하고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의 대북(對北) 제재로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만큼 구체적이고 치밀한 돌발사태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미연합사령부가 1999년 처음 입안한 ‘개념계획 5029’는 북에서 쿠데타와 같은 내전 상황이 발생하거나, 북 정권이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반군이 이를 탈취, 국외 반출을 시도하는 경우 등 5가지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사 당국은 작년 초 이를 염두에 두고 유사시 실행할 수 있는 ‘작전계획(OPLAN) 5029’ 수립을 논의했으나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한미가 구체적인 병력 동원, 부대 배치 등을 제외한 ‘개념계획 5029’를 대신 발전시키기로 한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한반도의 장래에 관해 깊숙한 전략적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본도 북한 붕괴로 인한 한반도 현상 유지 변화에 대한 대비책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북에 무슨 일이 생기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북의 사정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언급조차 꺼리고 있다. 모든 관심은 남북 화해 협력에만 쏠려 있다. 북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허위의식 탓이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일국제정치학회와 한일사회문화포럼의 공동 세미나에서 “한국 정부엔 북한 붕괴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전혀 없는 것 같다”는 지적이 양국 전문가들에게서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포용정책에 빠져 손놓고 있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 등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그때 가서 ‘매뉴얼’을 만든다고 허둥댈 셈인가. 책임 있는 정부라면 북한의 민주화라는 대원칙 아래서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밑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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