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우진]후폭풍 몰고 올 ‘美-中경제 대화’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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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간 경제 현안 해결을 위해 양국 정상이 합의한 첫 번째 ‘전략적 경제 대화(strategic economic dialogue)’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의 단편적인 대화와는 달리 무역, 금융, 환율, 기술, 에너지 및 환경 등 폭넓은 의제를 놓고 양국의 경제 각료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역-환율-환경 전방위 공방 예상

양국 대표들은 두 나라 간 경제 문제가 세계 경제의 운명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절박한 인식 아래 단기적인 성과와 함께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미국에 가장 시급한 무역 불균형 해소에 관해서는 거시경제 정책, 환율 조정 및 시장접근을 둘러싸고 양측 간에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4%인 8000억 달러로 늘어났으며, 이 중 4분의 1 정도가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에서 비롯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가능성을 압박 카드로 내세우면서 위안화의 절상과 함께 중국의 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하여 중국은 미국 경제의 과도한 소비가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이므로 환율 조정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급격한 환율 조정이나 시장개방은 중국의 현 경제 시스템에서 견뎌 내기 어려우므로 위안화 절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맞선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거시경제 기조의 변화와 환율 조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이 환율과 시장개방에서 어느 정도 양보하고, 미국의 저축 증대와 중국의 소비 진작을 위해 양국이 거시정책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5년 이상 지났고 세계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에 비추어 그에 상응하는 자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대폭 철폐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국내 제도를 정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며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조정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유무역 조치를 완전히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서는 중국의 빠른 공업화 및 도시화와 최근 수년간 진행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원유 소비의 8.5%, 금속원자재 소비의 20∼30%를 차지할 만큼 소비 대국이 됐다. 세계 원자재시장에서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거대 신흥공업국들이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라 원자재 블랙홀이 되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경 파괴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에너지와 환경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양국은 원자재 수요 억제, 소비 절약, 투기적 선점 금지, 대체 에너지 및 소재 개발에 관하여 협력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갈등 주목 ‘위험관리’ 만전을

이번 전략적 경제 대화는 세계 일등 소비국인 미국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전방위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협상의 성과가 자못 기대된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두 개의 수레바퀴 중 어느 하나가 잘못되면 다른 하나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두 나라의 경제 마찰과 갈등의 전개 국면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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