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효숙 지명 철회 前後

  • 입력 2006년 11월 27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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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 씨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8월 22일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100일 가까이 정국을 대립과 파행으로 몰아넣었던 원인을 제거한 것이다. 때늦기는 했지만 여론과 순리(順理)를 따른 바른 결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회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예산안은 물론 국민연금 법안,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 주요 민생법안의 처리가 미뤄지고 국력 소모를 초래한 책임에 대해서는 겸허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전 씨를 임기 6년의 헌재 소장에 앉히기 위해 임기가 3년이나 남은 헌법재판관 직을 사퇴하도록 한 데 대해 위헌 지적이 잇따르는데도 무리하게 임명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인 것부터가 오기(傲氣)와 집착의 결과였다. 결국 70여 일간의 헌재 소장 공백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어 헌법 판단의 최후 보루인 헌재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켰다. 그 책임은 청와대와 여당의 몫이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어제 “한나라당의 부당한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며 거듭 ‘야당 탓’을 했다. ‘잘못은 없지만 세(勢)가 불리하니 양보했다’는 항변인 셈이다. 이런 ‘진정성’ 없는 자세로는 국회 정상화와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개최도 앞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정국 파행의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위해서는 KBS 정연주 사장의 임명과 부적절한 대북(對北) 인식을 드러낸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 등 외교안보라인 각료들에 대한 인사도 재고돼야 한다. 부실한 인사검증으로 혼란을 초래한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과 박남춘 인사수석비서관 등 보좌진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하다.

남은 1년 3개월 동안 민심을 역(逆)주행하지 않고 여론에 귀 기울이며 국정을 정상 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는 과거의 ‘악성(惡性) 인사코드’에 대한 자기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 씨에 대한 지명 철회는 상황을 모면하고 정국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기 위한 ‘카드’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차제에 ‘반대를 위한 반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안 경쟁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심판자로서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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