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헤픈 정부에 세금 내기 아깝다

  • 입력 2006년 11월 24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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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감사원 감사나 국회 심의를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불투명예산’인 특수활동비가 노무현 정부 5년간(2007년은 예산안 기준) 3조6644억 원에 이른다. 기획예산처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다. 김대중 정부 때는 4년(1998년은 자료 없음) 연평균이 4866억 원이었는데 노 정부의 연평균은 7328억 원으로 무려 51% 늘었다.

특수활동비는 ‘특정한 업무수행 및 사건 수사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예외적 제한적이어야 할 이 예산이 급증한 것은 명세를 보고하지 않고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을 낳는다. 청와대가 국민 마음을 어루만져 줬다거나 군과 경찰이 안보와 치안에서 국민의 믿음을 얻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이들의 ‘특수지갑’만 쑥쑥 커진 셈이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내년 예산안의 문제점을 숱하게 찾아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저소득층 자녀의 ‘방과 후 교육’ 지원사업 확대 실시에 450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가 “시범사업 분석도 끝나지 않아 효율성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유족 보상사업’에 내년에만 1505억 원을 요청한 사례나 개성공단 분양이 연기됐는데도 공단 내 북측 근로자용 숙소 건립예산 180억 원을 신청한 사례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 정부는 4년간 중앙부처 공무원만 4만 명을 증원했고 늘어난 인건비 충당을 위해 예비비까지 끌어 쓰고 있다. 정부가 혈세 그 자체인 예산을 ‘눈먼 돈’으로 여기지 않는지, 세금 내기 아깝다는 국민이 늘어난다.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특수활동비 등 불투명예산과 선거를 겨냥한 정부 업적 홍보예산 등 9종류는 철저히 삭감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갈수록 심각한데 국회가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혈세 낭비의 공범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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