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위원장에게 웃음 되찾아 준 사람들

  • 입력 2006년 11월 24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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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 각계 인사 521명은 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국선언’을 통해 대북(對北)정책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오로지 햇볕정책으로 북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거짓 선전해 국민을 안보불감증에 빠뜨리고 있다”며 “햇볕정책만으로는 절대 북핵을 폐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의 핵실험 후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켜 온 정부의 안이한 대북 자세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제 한 강연에서 “남한의 시민단체도 북핵 폐기를 끝까지 주장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시민단체 일각에서 북의 핵실험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냉전세력과 수구보수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6·15공동선언 실천 민족공동위원회’의 남측 대표인 그가 “핵실험으로 많은 남쪽 국민이 6·15공동선언의 정당성과 유효성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 것은 현실을 바로 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햇볕정책 장사’에 매달리는 세력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국민을 교란하고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어제 “햇볕정책은 남북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공존과 교류협력을 통해 (북의) 인권을 개선하고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에 핵실험까지 할 여력을 키워 준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마땅할 당사자가 아직도 국민을 속여 보겠다고 둘러대는 형국이다.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외면하는 ‘인권 지도자’도 있단 말인가. 햇볕정책이 2300만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어떻게 얼마나 개선시켰는지 증거를 제시해 보기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요청을 거부했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형식적으로 응하고 있을 뿐이다. 18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한미 이간질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니 강석주 북 외무성 제1부상이 “핵을 포기하려고 핵무기를 만들었겠느냐”고 큰소리치는 것이다. 정부는 북이 무슨 짓을 하든 감싸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북한 TV는 군부대를 시찰하며 파안대소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최근 방영했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가 두려워 핵실험 직후 잠적까지 했던 김 위원장에게 여유만만한 웃음을 되찾아 준 사람과 세력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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