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자유 포옹(Free Hugs)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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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연말이면 ‘새해 결심’을 한다. 결과야 어떻건 금주 금연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결심일 터이다. 필자의 경우는 ‘매일 한 번 애들 안아 주기’가 단골 메뉴였다. 안아 줘야 유대감도, 애정도 자란다고 믿어서다. 최근엔 ‘매일’이 아닌 ‘주(週)’ 1회 이상으로 후퇴했다. 두 사내 녀석이 중학생이 되면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는 핑계를 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갓난아기들을 수용한 독일의 한 보육원에서 원아들이 집단 영양실조로 죽어 갔다는 얘기가 있다. 일부는 수유 거부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독 건강하게 자라는 아기가 있었다. 조사해 봤더니 보모가 40명의 아기를 돌보며 정해진 시간마다 젖병을 급유 틀에 꽂아 줬는데, 끝의 아기만은 보모가 의자에 앉아 쉬면서 품에 안고 젖병을 물렸다는 것이다. 죽은 아기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영양’이 아니라 ‘스킨십’이었던 것이다.

▷1950년대 붉은털원숭이에게 두 ‘가짜 어미’를 만들어 준 해리 할로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의 실험도 유명하다. ‘우유병이 달려 있지만 철골로 만든 어미’와 ‘젖은 없지만 푹신한 천으로 만든 어미’를 줬더니 새끼원숭이들은 배고플 때만 젖을 빨고 나머지 시간은 ‘천 어미’에게 매달려 놀았다. 이 실험으로 ‘아이들은 엄격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퇴조하고 ‘애정과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육아론이 힘을 얻었다.

▷호주에서 시작된 ‘자유롭게 껴안기(Free Hugs)’ 캠페인이 한국에 상륙했다. 인터넷 동영상에는 공공장소에서의 포옹을 만류하던 경찰이 취지 설명을 듣고는 함께 안기는 장면도 있다. 캐서린 키팅은 저서 ‘포옹의 힘’에서 “포옹하면 긴장이 풀리고,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되며, 어깨와 팔 근육이 좋아지고, 환경친화적으로 되며, 단열효과가 높고, 휴대용이라 특별히 도구가 필요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떤가. 오늘이라도 사랑하는 사람, 격려하고 싶은 사람을 한번 안아 보지 않겠는가. “사랑해” “힘내, 잘될 거야”라고 속삭이며.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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