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성환]장애판정 못받아 더 서러운 장애인들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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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가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 한국’이란 국가장기종합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을 세계 10위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복지대책 수립 추진 항목’은 소외계층을 위한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지만 실천과제를 보면 핵심 내용을 비켜간 채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는 것 같아 아쉽다.

정부의 장애인 관련 정책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100% 확충하고 장애인 인터넷 이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리는 등 현재 추진 중인 장애인복지정책에 재정적 지원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장애인복지정책에서 시급한 과제는 편의시설을 몇 % 더 늘리느냐가 아니라 마땅히 장애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환자가 합당한 장애등급을 받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다.

화상환자나 안면장애환자는 장애 인정을 받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다.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제외하고도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장애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류머티스관절염 질환이 그중 하나다. 류머티스관절염, 골관절염, 강직성 척추염을 앓는 환자는 통증과 관절의 기능 장애로 인해 직장생활 등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심혈관계 질환이나 악성 종양, 골절 등의 질환에 함께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 환자가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지체 및 관절에 관한 장애등급 판정 기준은 개개 관절의 해부학적인 이상(운동범위나 절단)에만 의존해 전신의 관절염에 의한 통증과 신체 전반의 기능 소실에 따른 장애의 정도를 반영하지 않으므로 류머티스 질환 환자는 장애 인정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퇴행관절염으로 한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한 사람은 장애인에 해당되지만 양측 무릎 모두 관절염으로 관절통과 관절 부종, 관절 운동 장애 등의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두 다리 각각의 3대 관절 중 2개 관절의 운동범위가 50% 이상 제한이 없는 경우에는 장애인이 될 수 없다.

또 열 손가락의 모든 관절이 관절염으로 인해 구부렸다 폈다 하는 등의 관절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도 관절 운동 제한이 50%를 넘지 않으면 장애인이 될 수 없다.

장애진단서를 받으려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등의 전문의의 판정이 필요한데 자신이 치료받는 류머티스 전문의 진료 외에 전혀 상관없는 다른 과의 진료를 함께 받아야 하는 불합리도 있다.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류머티스관절염 환자를 비롯해 전신 질환을 앓는 많은 환자가 장애등급 판정을 받고자 애쓰는 이유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인한 고통 때문이다.

스스로 세수조차 할 수 없지만 모호한 판정 기준으로 최소한의 생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정책이 계속되면 ‘비전 2030’은 그저 꿈일 뿐이다. 의학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 모두를 반영해 더욱 합리적이고 체계화된 장애등급 판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를 가진 많은 환자가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말이다.

박성환 가톨릭대 교수 류머티스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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