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기업의 호소 언제까지 외면할건가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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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재계와 각 경제 부처에서는 전날 저녁 이뤄진 주요 경제단체장과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의 비공개 회동(본보 24일자 A1면 보도)이 화제가 됐다. 기업인들과 공무원들은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변 실장과 윤대희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이 4개 경제단체장과 만난 경위와 대화 내용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재계로부터 규제 완화 건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강신호 회장이 건의를 위해 규제 완화의 당위성을 정리한 자료까지 들고 갔다”고 설명했다. 하기야 경제인들이 2시간가량 정부 핵심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설마 밥만 먹고 헤어졌을까.

청와대의 해명이야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다만 혹시라도 기업규제 개혁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면 걱정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은 입버릇처럼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의 필요성을 말해 왔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인들이 ‘나쁜 규제’의 대표적 정책으로 꼽는 출자총액제한제보다 더 센 순환출자금지라는 초강력 규제카드를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재계는 규제 완화가 기업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전경련 조사 결과 출총제와 수도권공장총량제가 폐지되면 당장 14조 원의 신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14조 원이면 1000억 원 규모의 대형 공장을 140개나 만들 수 있다. 자연히 수만 개의 일자리도 생기고 중소 협력업체들도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러는 사이 불황의 그늘은 깊어졌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최근 “지금은 사실상 불황”이라며 경기 부양에 나설 뜻을 밝혔다.

다만 돈을 푸는 경기 부양에는 재정 악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전제하고 만들어진 다양한 법적 제도적 규제를 철폐해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비용 대비 편익’이 가장 크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기업의 호소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몰라서 못하는 것은 무능이지만 알고도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박정훈 경제부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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