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유물을 ‘장식품’으로 아는 국립박물관장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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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실. 16일부터 관장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손을 벌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듯한 모습의 ‘인왕상(仁王像)’이 서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호랑이 형상의 법고대(法鼓臺)가 있고 출입문 옆에는 석제인물입상이 서 있는 등 총 세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언뜻 보면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실답게 우리 유물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유물 보호라는 시각에서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관장실에 유물을 전시하는 문제를 놓고 내부 진통을 겪었다. 박물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유물들을 관장실에 인테리어용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학예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며 “한 달 가까이 논란이 지속됐지만 결국 관장실에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홍남 관장은 “외국인 손님이 많이 오는데 관장 접견실에 (한국 문화의) 특징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어 유물 전시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물관 내부 구성원들의 시각은 김 관장과 다르다.

박물관 직장협의회 측은 “박물관에 전시실이 없는 것도 아닌데 기존 전시실을 활용하면 되지 굳이 관장실에 놓아 둘 필요가 있느냐”며 “기증 유물을 관장 집무실에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외부인 접견이 목적이라면 복제품을 전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건의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 유물은 반드시 전시 공간에 두거나 수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는 사무실에 두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더구나 관장실에 전시된 유물 중 두 점은 재질이 목재라 습도, 온도를 맞춰 주지 않으면 균열이 올 수도 있다. 김 관장은 “돌로 된 것을 가져오라고 했고 (특정 유물을) 지정해 가져오도록 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유물부에서 가져오지 말았어야 한다. 향후 유물부와 이야기해서 적절한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박물관의 아버지로 불리며 25년간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 김재원 박사는 평소 입버릇처럼 “박물관 직원들은 깨진 토기 조각 하나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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