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명호]소프트웨어 개발 무임승차는 안 된다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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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개발은 기술과 창의성이 필요해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산업화, 자본화하는 것은 더 어렵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나면 제조나 배포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도 차별화할 수 있으며, 비용보다는 가치를 기반으로 가격이 정해져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고부가가치’라고 해서 손쉽게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산업화로 성공 신화를 이루는 논리가 미화되기도 하지만 이를 답습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이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최초 출시, 최고 기술, 최초 마케팅, 창의성 등이 곧바로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예가 많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IT 업계,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혁신 등 창조적 행위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호하고 좀 더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의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혁신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타인의 혁신을 도용하거나 무임승차하는 것은 산업의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행위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혁신은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때 보호는 소스코드를 영업비밀로 유지하는 기술적 보호와 통상적인 재산권에 의한 법적 보호 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에서 진행되는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은 그 긍정적인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혁신에 대한 의지를 꺾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에 여러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운동의 열성적 지지자들이 지적재산권의 사유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타인의 혁신에 무임승차하려다가 스스로 추가한 혁신마저 공개할 것을 요구받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은 원래부터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이 그런 이념을 지녔기 때문이다.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으므로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최고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만들어 낼 것이라는 주술적 주장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그 신빙성은 제쳐 두더라도 이는 지적재산권을 존중하지 않고 어떻게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대답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명분과 이념이 있어도 한두 가지 주제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무모한 도박이며 성급한 일반화일 뿐이다. ‘공개’라는 주제어를 생각해 보자.

공개 소프트웨어의 사업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는 것은 착시다. 호혜주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지적재산마저 공개해야 하므로 타인의 진입장벽도 낮추어 줄 뿐이다.

어떤 기술의 우수성은 이를 신봉하는 열성 당원의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구호나 신념에 의해 혁신 역량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핵심은 기술개발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사회적 의지다. 이에는 지적재산을 존중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김명호 한국MS 최고기술임원(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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