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의 레코드판 “몇 달 뒤엔 景氣 좋아집니다”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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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경제부총리가 그제 싱가포르 방문 중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둔화되지만 유가 안정 등으로 체감경기와 소비는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어 한두 개만 바뀌었을 뿐, 정부 당국자들에게서 그동안 너무 자주 들어 온 낙관론이다.

체감경기가 극도로 나쁘다. 8월 백화점 매출까지도 19개월 만에 감소세로 반전하는 등 소비 위축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기업 체감경기는 2년 만에 최악이다.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지방 기업의 체감경기는 온통 ‘흐림’이다. 정부로선 다시 몇 달 뒤를 기약하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지 몰라도, 그런 소리를 믿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작년 ‘대연정(大聯政)’ 제안 때나 올해 초 ‘양극화’ 주장 때,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면 “경제는 잘 돌아가니 다른 이야기도 하자”고 했다. 작년 10월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는 유럽 순방 중 “나라는 이미 반석 위에 올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낙관론을 펴던 시점은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달하고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서민경제가 악화될 때였다. ‘성장동력을 되살릴 투자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는 시장(市場)과 민간전문가들의 건의를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다’며 일축하더니 더욱 피폐해진 서민경제엔 무슨 구실을 댈 것인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4%대를 겨우 지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한 달 전엔 정부에 경기에 대한 관리 노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는 반응이 없다.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7월 초 “민생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정부에 제시한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활성화, 과도한 부동산정책 개선 등도 어느 것 하나 추진되는 기미가 없다.

자칭 ‘서민을 위한 정부’인 현 정부는 언제까지 입으로만 민생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외쳐댈 셈인가. 국민을 속이는 사이에 민생경제를 챙길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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