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게임산업 모범생 ‘닌텐도 DS’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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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성인들이 전자게임기 판매점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량이 달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DS’ 시리즈가 대량 출하되거나 관련 소프트웨어 판매가 시작되는 날 빚어지는 풍경이다.

통근 지하철 안에서 휴대용 게임기 화면에 푹 빠져 있는 30, 40대 직장인도 자주 눈에 띈다.

DS는 2004년 12월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모두 1000만 대가 출하돼 지금까지의 최단기록을 8개월이나 앞당겼다.

이와타 사토루(巖田聰) 닌텐도 사장은 홈페이지에서 DS의 성공 비결을 “지금까지 게임에 친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고객층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닌텐도 측은 ‘슈퍼마리오’와 같은 어린이용 게임 외에도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DS훈련’ ‘영어에 푹 빠지기’ ‘요리 항해’ 등의 다양한 성인용 소프트웨어를 DS를 통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뇌를 단련하는 성인의 DS훈련’은 간단한 수학 풀이, 한자 쓰기, 기억력 테스트 같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영어에 푹 빠지기’나 ‘요리 항해’도 흔히 성인게임 하면 연상되는 선정성, 사행성, 폭력성과는 거리가 먼 건전한 소프트웨어다.

이들 소프트웨어가 여성이나 중장년 남성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닌텐도는 일본 게임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일본의 ‘DS 열풍’은 ‘바다이야기’로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정책 당국은 수많은 서민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고 전국을 한탕주의로 물들게 한 사행성 게임을 조장하고 방조하면서 ‘게임산업 육성’을 면죄부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이와타 사장은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키워드로 ‘놀라울 정도의 독창성’을 꼽는다.

일본의 사행성 게임을 모방한 소프트웨어로 가득한 성인오락실과 고(高)부가가치형 게임산업 육성은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으로 게임산업의 미래는 유익하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얼마나 개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DS 사례는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도박게임과 같은 독초에 자금, 인력,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는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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