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참모들이 경제정책 흔들었다’

  • 입력 2006년 6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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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국책사업 표류와 정책 혼선’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부 청와대 참모진의 돌출성 아이디어와 지루한 논쟁, 각종 국정과제 위원회의 비현실적 아이디어로 경제정책 기조의 초점이 흐려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정책 혼선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2년 전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이정우 대통령정책기획위원장 간의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정책의 엎치락뒤치락’을 악화시켰다. 청와대가 자랑하던 100개도 넘는 ‘정책 로드맵’이 민생경제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러 부처는 청와대의 걸러지지 않은 정책 노선과 아이디어에 끌려 다니며 뒷수습에 바빴다.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도 이른바 개혁과 실용 노선을 넘나들며 말싸움만 벌이고 있다.

한경연은 청와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정책 혼선 사례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이정우 김병준 씨, 빈민운동가 출신인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 정문수 경제보좌관 등이 주도했다. 재경부 건교부 등 실무 부처는 청와대에 휘둘리다가 나중에는 어느 정부 때보다 열심히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며 ‘코드 맞추기’에 앞장서고 있다.

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은 며칠 전 “몇몇이 쑥덕거리는 당정회의에서 국가 전체를 뒤집을 수 있는 정책이 결정되는 부적절한 프로세스”를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국민은 즉흥적 대책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가속 장치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 연기만 나고 차는 앞으로 나가지 않을 때처럼 답답함과 실망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정책 실패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을 ‘수구세력의 반발’이라며 무시했다고 정 의원은 자성(自省)했다.

정부 여당은 이제라도 ‘각종 위원회를 과거처럼 자문기구로 환원해 경제정책 결정 때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을 회복시키라’는 한경연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이다. 다만 경제부총리는 정권의 눈치만 보는 ‘해바라기’가 아니라 시장경제 살리기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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