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엄태범]시집 온 농촌 외국여성에 한국 적응교육을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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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촌에선 농촌 총각에게 시집온, 피부색이 다른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출신 주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을마다 한 집 건너 외국인 주부가 있을 정도로 이들은 농촌 가정의 한 축(軸)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농촌 총각 3분의 1 이상이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한 농촌 총각은 8027명으로 이 중 35.9%(2882명)가 외국 여성과 결혼했다. 이는 전년 27.4%보다 8.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자연스럽게 외국여성의 2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자녀는 언어 미숙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일부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외국인 엄마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농촌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에게 우리 사회는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여러 해 동안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에 아기를 낳아 인구감소 문제를 해소해 주었고, 병든 시부모뿐 아니라 고령화 마을을 돌보는 ‘마을의 며느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그들에게 떠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들 외국인 여성은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문화 차이에서 오는 외로움을 안고 가사와 육아는 물론 힘든 농사와 자녀교육, 부모봉양 등 3중 4중의 고달픔을 감내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들이 따뜻함을 느끼고 정착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2세들에게 사회 진출 기회를 넓혀주어야 한다. 외국여성들은 한국어교육과 컴퓨터교육, 농업기술교육, 요리강습 등을 원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의료 및 법률서비스를 포함한 총체적이며 범정부적인 지원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엄태범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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