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자, 가족문화]<3>‘가족 유대’는 부모하기 나름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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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이든 공부하기든 ‘함께하는 행위’는 화제를 만들어 주고 가족의 결속을 다져 준다. 지난해 5월 독거노인들과 경복궁 나들이에 나선 SK텔레콤 직원 자녀들이 결연을 한 노인에게 꽃을 달아주고 있다(위). 지난해 8월 인천 강화군 정신지체장애우시설인 ‘우리마을’에서 열린 가족자원봉사 여름캠프에 참가한 가족이 마을 화단을 만들고 있다(아래).
봉사활동이든 공부하기든 ‘함께하는 행위’는 화제를 만들어 주고 가족의 결속을 다져 준다. 지난해 5월 독거노인들과 경복궁 나들이에 나선 SK텔레콤 직원 자녀들이 결연을 한 노인에게 꽃을 달아주고 있다(위). 지난해 8월 인천 강화군 정신지체장애우시설인 ‘우리마을’에서 열린 가족자원봉사 여름캠프에 참가한 가족이 마을 화단을 만들고 있다(아래).
‘엄마는 가라!’ 한 의류업체의 TV 광고.

함께 옷 사러 나온 엄마를 옷 가게 문 앞에서 기어이 못 들어가게 하는 아들. 엄마 감각은 떨어진다 이거다. 이걸 보는 부모들은 혀를 찬다. 옷 살 돈은 부모한테 받았을 텐데….

광고만 그러나? 공부 하는 게 무슨 벼슬이라고 어릴 때부터 부모는 뒷바라지나 하는 존재로 안다. 점점 머리가 커지면서 최신형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 안 챙겨주면 못난 부모로 여겨진다.

회사원 안모(41·서울 강동구 암사동)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들은 말 때문에 며칠째 ‘쇼크’ 상태다. 지난해 미국 친척 집에 다녀온 후 조기유학을 가겠다고 우기는 아들에게 안 씨가 좀 과장해 말했다.

“기러기아빠 되면 너 보고 싶어 죽을지도 몰라.” “그럼 장례식은 참석하지 뭐.”

아이는 농담이겠지만 듣는 아빠는 뼈가 시리다.

물론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들 욕심덩이는 아니다. 아이란 부모하기 나름이고, 통하려면 통하는 것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로 가족간 대화의 물꼬 터

일본에서 5년 동안 생활하다 귀국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생수(46·SK텔레콤 근무) 씨는 2년 전 귀국 이후 딸(고1) 아들(중1)과 말문을 닫고 살았다. 일본에 있을 때만 해도 가족끼리 여행도 다녔고 가족간 대화가 ‘막힌다’는 기분은 든 적이 없었는데….

김 씨는 지난여름 회사에서 운영하는 가족봉사활동에 참가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말 없던 딸아이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스레 묻더군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은 여름휴가가 봉사활동이라니까 가는 날 아침까지 안 간다고 때를 쓰기도 했고요.”

김 씨의 부인 박경순(42) 씨는 “처음에는 장애우들과도, 가족끼리도 서먹서먹했다”면서 “그러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같은 체험을 한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이용호(42·회사원) 김진여(37·은행원) 씨 부부도 초등학교 5학년, 1학년 자매에 대해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게 하자”는 생각에 6년째 남편 회사의 가족자원봉사활동에 참여 중이다.

딸들이 봉사를 통해 뭔가를 배우면서 자라는 모습에 아빠 엄마는 흡족하다.

나와 다른 삶을 가족이 함께 체험하고 마음과 도움을 나누는 가족자원봉사. 회사 차원에서 가족자원봉사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SK텔레콤이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가한 142가족 4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가족 결속력이 강화됐다고 응답했다.

○함께 배우면서 새로운 모습 발견

서울 서초구의 오태경(41·회사원) 유호용(37·은행원) 씨 부부는 두 딸 민지(초등6) 수지(초등2)와 함께 지난해부터 국립국악원의 주말가족강좌나 소리테마여행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통하는 길을 찾았다. 올해는 아빠가 직장일 때문에 빠졌지만 다른 가족들은 해금과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

유 씨는 “국악기를 함께 배우다 보니 배우는 속도가 빠른 아이들이 오히려 부모를 가르치기도 했다”며 “아이들이 자신감도 갖고 가족이 서로 격려하면서 공유하는 무언가를 키워나가는 과정이 참 좋다”고 말했다.

학습지 교사인 나복순(41·서울 송파구 문정동) 씨도 지난해부터 딸(초등4) 아들(7)을 데리고 국립국악원에서 판소리 가족강좌를 듣고 있다.

나 씨는 “요즘 아이들이 조기유학은 많이 가면서 정작 우리 것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 같아 국립국악원을 찾았다”며 “아이와 함께 소리를 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 역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요즘 나 씨와 아이들의 목표는 아빠(자영업)를 끌어들이는 것. 나 씨는 “지금은 여건이 안 되지만 조금만 시간 여유가 생기면 자녀들이 함께하자고 먼저 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가족이 인라인 스케이트 “우리는 하나”

칼로 ‘맞장’ 뜨며 통하는 가족도 있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상지(49·서울 광진구 자양동) 씨는 딸들(고1, 중2)과 한 달에 한두 번 검도 대련으로 평소 못한 말을 한다.

“두 딸이 어릴 때부터 검도를 시작했죠. 죽검으로 상대를 쳐야 하는 게 검도입니다. 보통 같으면 딸이 아버지를 때리고 아버지가 딸을 때리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이 씨는 여자들끼리의 얘기를 제외하면 지금도 아빠와 시시콜콜 얘기를 나눈다며 대견스러워했다. 혹시 아빠가 딸들에게 화날 때면 죽검에 힘이 더 들어가진 않을까.

“딸들인데 봐 줘야죠. 아빠랑 같은 운동하는 딸들인데요….”

아이를 뒷바라지 하다가 온 가족이 인라인스케이트광이 되어버린 최윤찬(46·은행원) 박은미(42·교사·경기 성남시 분당구) 부부.

어릴 때부터 재미삼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던 큰딸(중2)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레이싱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면서 맨 걸음으로 쫓아다니기 힘들게 되자 부모도 같이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웠다.

매일 저녁이면 분당 탄천변에서 둘째딸(초등6)까지 온 가족이 10km씩 인라인을 즐긴다는 대단한 가족이다.

박 씨는 “함께 달리다 보면 마치 한 팀처럼 결집되면서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강해진다”고 자랑하면서 “아이들과 관심사가 같으니까 아이들이 사춘기여서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고 말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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