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로]혈우병 환자 의보혜택 현실화를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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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혈우병을 앓고 있는 중학생 후배를 6명의 아이들이 집단 폭행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10대 청소년들의 폭력도 문제지만 마음이 아팠던 것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도 자신이 혈우병을 앓고 있다는 말을 못한 것이다. 피가 나면 가장 위험한 머리만 감싸고 있었다던 아이의 말이 슬프게만 들린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800여 명이 혈우병 환우 모임인 한국코헴회에 등록돼 있다. 등록하지 않은 환자까지 감안하면 약 3000명의 혈우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등록된 환우 중에는 18세 이하가 37%가량이다. 이들은 흔한 혈우병 증상인 자연 출혈 때문에 병원을 가야 하기 때문에 자주 결석을 한다. 사소한 상처도 치명적일 수 있어 마음껏 운동하기도 힘들다. 간혹 사회의 편견 때문에 학교생활을 포기하는 환우를 보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 환우뿐 아니라 성인 혈우인들의 고통도 크다. 정부에서는 107가지 질환을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지정해 의료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4배를 넘으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혈우병 치료제는 대부분 고가여서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혈우인 스스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혈우병의 특성상 직접 의료비뿐만 아니라 간접 의료비가 많이 든다는 것을 감안하면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현실화가 필요하다.

혈우병 환자들이 사용하는 치료제는 크게 혈액을 원료로 하는 ‘혈액제제’와 혈액으로 인한 감염의 우려가 없는 ‘유전자재조합 제제’가 있다. 현재 1988년 이후 출생자에 한해서만 ‘유전자재조합 제제’에 대한 의료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환자 중 60% 이상인 1988년 이전 출생자들은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혈액제제로 치료하고 있다. 나이 때문에 안전한 치료제로 치료받을 기회를 잃는 것은 인도적 측면에서도 온당치 않고 혈우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김영로 한국코헴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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