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30 특집]인종차별 발언하면 16강행 꿈도 꾸지마!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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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의 인종차별 행위로 피해를 봤던 카메룬 출신의 스트라이커 사뮈엘 에토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관중의 인종차별 행위로 피해를 봤던 카메룬 출신의 스트라이커 사뮈엘 에토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축구공 앞에서는 인종, 종교, 성별, 빈부의 차별 없이 평등하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칼을 뽑아들었다. FIFA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선수나 팀 스태프, 관중이 특정 팀 또는 선수에 대해 인종차별적 언동을 했을 경우 해당 팀의 승점을 3점(1승에 해당) 깎는 처벌 방안을 마련했다. 이 규정은 FIFA 총회를 거쳐야 확정되는 것이지만 이런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할 정도로 축구장에서의 인종차별이 심각한 상황.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메시나-인터밀란의 경기. 후반 11분 메시나의 코트디부아르 출신 수비수 마르크 조로(23)가 갑자기 공을 집어 들고 주심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대편 선수인 브라질의 아드리아누와 나이지리아 출신 오바페미 마틴스는 조로를 가로막고 나섰고 관중석에 달려가 자제를 요청했다. 인터밀란의 원정 응원단이 조로가 공을 잡을 때마다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며 모멸감을 줘 참다못한 조로가 스스로 경기를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인터밀란 구단에 2만5000유로(약 3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4명의 팬에게 향후 5년간 국내외 스포츠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2월 카메룬 출신의 스트라이커 사뮈엘 에토오(FC 바르셀로나)는 레알 사라고사와의 원정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갑자기 원숭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에토오가 이날 경기장에 들어서자 관중들은 원숭이 소리를 내며 그를 능멸했으며, 그가 골을 넣자 먹이를 먹으라는 듯 운동장에 땅콩을 던졌다는 것. 에토오는 “그들이 나를 원숭이처럼 대했기 때문에 원숭이처럼 춤을 췄다”고 말했다.

2006 독일 월드컵의 슬로건은 ‘세계의 손님들을 친구로(Die Welt zu Gast bei Freunden)’다. 과연 이 표어대로 독일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에서는 인종차별이 사라지고 모두가 친구가 될까.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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