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학법 고집이 ‘개혁’이라는 여당의 억지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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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 재개정 협상에서 ‘여당이 대승적으로 양보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권고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긴급 의원총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사학법 개정은 당의 정체성과 개혁성을 상징한다”며 반기(反旗)를 들었고, 정동영 의장은 “새 사학법의 무효화 무력화(無力化)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전체 의원의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일부 의원이 “사학의 개방형 이사 폭을 개방하는 것이 개혁 훼손이냐”며 반론을 폈지만 묵살됐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당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며 쉽게 물러섰다. 한 편의 ‘짜고 하는 게임’을 보는 것도 같고, 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것도 같아 헷갈린다. 여당이 지방선거를 의식해 개혁성을 내세우려고 정략적으로 노 대통령의 권유를 거부했다 하더라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대통령의 발언이 이처럼 무게가 없고, 국정장악력을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라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개정 사학법을 기필코 고수하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때문이라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정 사학법은 교육의 자율성과 사학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해치는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어 한나라당과 종교계 사학은 물론이고 공립학교 교장까지 반대했던 악법(惡法)이다. 열린우리당은 김한길 원내대표가 들어서면서 사학법 재개정을 한나라당에 약속했다.

위헌 시비까지 무릅쓰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하자는 대로 교육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 개혁인가. 또 거짓 약속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인가. ‘당신들끼리의 코드’와 시대착오적 이념에 매달려 급박한 민생 문제를 외면하면서 엉뚱한 개혁을 외치기 때문에 여당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사학법은 다시 개정돼야 한다. 글로벌시대 지식기반경제에 맞춰 세계는 교육의 자율성과 교육수요자의 선택권을 늘려 교육경쟁력을 키우는 개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극소수 비리를 빌미로 사학을 옭아매려는 개정 사학법은 세계의 교육개혁 방향에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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