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현장에서]비접촉식 신용카드 티핑포인트의 조건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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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발제조업체 허시퍼피는 한때 장사가 안 되자 사업을 정리할 것을 고민했다.

바로 그때 뉴욕의 10대 청소년 몇몇이 허시퍼피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허시퍼피는 이후 뉴욕 청소년의 필수품이 됐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 순간이 바로 ‘티핑포인트’(변곡점)다.

최근 신용카드 업계에서도 티핑포인트가 화두로 떠올랐다. 자기(磁氣)띠에 저장된 정보를 단말기에 ‘긁어’ 결제하던 오래된 방식의 신용카드가 ‘갖다 대면’ 결제가 되는 비접촉식 신용카드로 진화했다. 이 새로운 신용카드가 곧 티핑포인트가 된다는 것.

장윤석 마스타카드코리아 사장은 “한국은 교통카드 사용이 일상화돼 소비자가 비접촉식 카드에 적응돼 있으며 가맹점마다 전산망이 구비돼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며 “이런 앞선 인프라와 소비자 덕분에 결제 수단이 비접촉식 카드로 급속히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스타카드는 삼성카드와 손잡고 크라운베이커리와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 등에서 쓸 수 있는 ‘페이패스’라는 비접촉식 카드를 도입했다. 경쟁사인 비자카드도 홈플러스와 CGV 극장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자웨이브’를 선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신용카드가 진정한 티핑포인트에 이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첫째 비접촉식 카드는 교통카드와 달리 결제 때마다 서명 또는 비밀번호 입력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 10만 원 이하 소액결제만이라도 이런 절차를 생략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는 마스타카드와 비자카드의 신경전. 두 회사는 한국의 새로운 신용카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사 카드는 해외에서 쓸 수 없다는 등 약점을 들췄다. 하지만 두 회사의 고객인 신용카드사는 두 종류의 비접촉식 카드가 별 차이 없다고 설명한다.

비접촉식 신용카드의 티핑포인트가 앞당겨지려면 허시퍼피처럼 좋은 품질과 소비자의 ‘입소문’이 필수다. 세계적인 카드회사의 상생 마케팅은 좋은 입소문 소재가 안 될까.

김상훈 경제부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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