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신문법이 악법인 이유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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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에 대한 헌법소원의 공개변론이 6일 있었다. 예상대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청구인 측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신문사의 방송매체 등에 대한 겸영 금지, 경영 정보 공개 등의 신문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국가를 대리한 피청구인 측에서는 신문의 공익적 성격에 기초하여 제한을 가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반론을 폈다.

문제는 위헌 논란의 배후에 깔려 있는 신문 내지 신문법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 이해의 차이에 있다. 신문이 공정한 사실보도를 통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또한 국민의 여론 형성을 주도함으로써 민주적 의사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없다. 하지만 신문의 기능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어떤 규제가 가능하고,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첨예한 견해 대립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문의 올바른 역할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신문사의 측면에서 취재 편집 보도의 전 과정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사실보도 및 논평이 행해져야 한다. 둘째, 독자의 측면에서 여러 매체의 다양한 보도 및 시각 중 선택권을 줌으로써 알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법제도의 측면에서 언론매체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를 규제하고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신문법 제17조는 1개 일간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 3개 신문사 점유율이 60%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해서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공정거래법 제4조에서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100분의 75 이상인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대폭 강화된 규제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조항도 있다. 예컨대 신문법 제15조 제2항과 제3항에서는 신문사가 뉴스통신이나 방송매체를 겸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를 언론의 독과점 방지와 여론 다양성 유지를 위한 합리적 제한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매체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매체들의 급속한 재편 움직임에 따라 신문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디어 통합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신문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독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은 좋지만 현실의 변화는 고려해야 한다.

만약 소수의 언론재벌이 모든 매체를 장악하는 것이 문제된다면 겸영에 대한 전면적 규제보다는 점유율 등에 대한 제한적인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일 것이다.

한편 시행 시기가 올 7월인 제16조 “구독수입, 광고수입, 지분내역 등 신문사의 경영정보를 공개하라”는 내용은 입법 취지를 이해하기 힘들다. 신문사 경영의 속사정을 정부의 영향을 받는 신문발전위원회가 왜 시시콜콜 살펴보겠다는 것인가. 신문사는 그 역할에 공공성이 있는 것이지 경영에 있어서는 상법을 따르는 사기업이다. 이러니 “정부가 특정 신문사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신문법을 만든 것”이라는 의혹마저 생겨나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신문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신문이 정부 활동의 공정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본연의 임무이지만, 정부가 언론보도의 공정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것이다. 국민이 국가에 대해 기본권을 주장한다고 해서 국가가 국민에 대해서 기본권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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