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법 위반 공무원엔 솜방망이, 민간엔 철퇴

  • 입력 2006년 3월 20일 0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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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주의’나 ‘경고’ 외엔 별다른 제재가 없어 선거관리위원회의 단속이 실효(實效)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9조 ‘공무원 선거중립’이 선언적 조항으로,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큰 허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된 공무원은 어제까지 258명이지만 이 중 12명에 대해서만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은 금품제공 혐의가 있어 ‘공무원 중립’이 아닌 다른 조항을 적용했다. 나머지 246명에 대해선 경고나 주의가 고작이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지난주 실업계 고교를 방문하면서 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 8명을 대동하고, 이들에게 교사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명백한 선거중립 위반이지만 역시 경고와 주의에 그쳤다. 여당의 시도지사 후보로 사실상 내정된 일부 장관도 현장을 돌며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다. 일부 지방공무원들도 소속 단체장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적발됐지만 경고만 받았다.

이는 민간인 유권자가 출마 희망자와 밥 한 끼만 먹어도 밥값의 50배를 과태료로 물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무원에겐 솜방망이, 민간인에겐 철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민간인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다. 마음만 먹으면 지방자치단체의 인적·물적 재산을 선거에 이용할 수도 있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정책을 왜곡할 수도 있다. 선거 후의 인사 혜택이나 이권을 노리고 개입하는 경우도 많아 부패의 원인도 된다.

선거법 9조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이대로 두면 신(新)관권선거의 폐해를 막을 길이 없다. 여야는 개정안 마련을 서둘러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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