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폴 크루그먼]귀막은 부시에 재난은 당연

입력 2006-03-07 03:09수정 2009-10-0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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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잇단 폭동, 허리케인, 저소득 고령자에 대한 의료보험 파동. 이 세 가지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세 사건은 모두 ‘정책 재난’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전문가들은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며 강력한 경고까지 내놓고 있다.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여다보도록 하자.

신문그룹 나이트리더의 보도에 따르면 정보기관들은 2003년부터 이라크의 잇단 폭동이 지역 내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악화돼 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백악관에 잇따라 경고해 왔다. 그러나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이들 일련의 폭동이 불량배와 인접국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의 합작품이라고 고집해 왔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정보 분석가들은 ‘팀플레이를 하지 않는다’고 공격을 받았다. 시사 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 바그다드 사무소의 소장이 비관적 시각을 담은 보고서를 보내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 패배주의자 같은 자는 누구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치기 전 부시 대통령이 보고를 받는 장면의 비디오는 이제 많은 사람이 보았다. 며칠 뒤 부시 대통령이 “아무도 둑이 무너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부정직했다는 것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진짜 놀라운 일은, 심각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전체가 두려움에 떨며 슈퍼돔에 닥친 참상을 지켜보았고, 구조의 손길은 왜 오지 않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며칠이 지나도록 상황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시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다. 부시가 의견의 불일치를 ‘불충(不忠)’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할 얘기는 아마 독자가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고령자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새로운 처방약 할인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재난에 가까웠다. 뉴욕타임스는 “첫 주에 저소득층이 약값을 부당하게 많이 부담하거나, 약을 받지 못한 채 돌아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다른 재난들과 같은 이유다. 전문가들이 재난을 경고했지만 닥치고 있으라는 말만 들은 것이다.

미국 감사원(GAO)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보면 정황을 짐작할 수 있다. 메디케어 담당 행정관 마크 매클렐런은 이 보고서에 자신의 편지를 끼워 넣었다. 그는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론을 바꾸려 했다. 그는 보고서에 “행정부가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했다”는 내용을 담도록 요구했으나 실제 행정부는 대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매클렐런은 약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도 빼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약을 받지 못한 사람이 실제로 생긴 것이다.

메디케어 센터의 전문가들도, 지체장애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센터의 전문가들도 잠자코 있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감사원과 달리 그들은 진실을 지키려 저항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 미국은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다. 누가 문제점을 경고하면 그들은 경고한 사람에게 타격을 입힌다.

일부에서는 일련의 재난이 부시 행정부를 괴롭히고 있다고 말한다. 일련의 불운이 이어지듯 매주 한 가지씩 새로운 재난이 터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사전 준비와 기회가 만나 행운을 낳는다고 한다면, 준비 부족 상태가 도전받을 때 일어나는 것이 바로 불운이다. 미국의 현 지도자들은 희망적인 생각과 위협을 뒤섞어 적당하게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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