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컨버전스 디자인 하나로 통한다

  • 입력 2006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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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Convergence·융합)는 디지털 혁명의 키워드다.

PC, TV,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모든 디지털 기기는 하나로 통한다. 이처럼 수많은 제품의 기능을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컨버전스 디자인’이다.

디자인 섹션 5회에서는 ‘디지털 융합’을 선도하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디자이너의 고민을 알아본다.》

데스크톱이 오디오를 삼켰다. 휴대전화는 곧 MP3 플레이어다. 노트북이 어디서나 TV로 변신한다. 가전제품이 진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기존의 기능 구분이 모호해지고 새로운 형태의 융합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컴퓨터는 이 같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선두 주자. PC 하나만 있으면 업무를 처리하고 엔터테인먼트와 홈 네트워킹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디지털 컨버전스 전장(戰場)에서 키워드는 ‘디자인’이다. 많은 기능이 하나의 제품에서 융합될수록, 이용자들과 쉽게 소통하도록 하는 게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쉽게 사용하도록 하는 환경, 기존과 완전히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융합된 기능에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다.

컨버전스 컴퓨터를 ‘정보통신 기기’라고 하는 것은 기능과 구조의 측면만 강조하는 말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21세기 라이프스타일이고, 디자인은 그것을 담아내는 틀이다.

○ 컴퓨터는 거실의 인테리어

기존 데스크톱이나 PC의 자리가 사무실이나 공부방이었던데 비해 컨버전스 컴퓨터는 거실이 자기 자리다. 세워 놓는 세로형 제품에서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와 오디오와 나란히 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 필요했다.

삼성전자가 ‘거실형 PC’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내놓은 ‘매직스테이션 MT50’의 외관은 단순하고 깨끗한 직사각형으로 거실의 가전제품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넓은 거실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키보드나 마우스와 같은 입력 기기는 무선이 기본.

그동안 컴퓨터의 제품 디자인은 사무실 환경에서 정보통신 기기의 특성이 부각됐다. 그러나 컨버전스가 본격화된 이래 컴퓨터 디자인은 가전 제품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컴퓨터의 패션화와 인테리어화가 디자인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PC가 단순히 사무실용이던 시절에는 검은색이나 회색 계열 제품이 많았다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사이버와 하이테크의 이미지가 강조되면서 메탈릭 컬러가 도입됐다.

이후 컨버전스를 계기로 컴퓨터 디자인 트렌드는 완전히 달라졌다. 인간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 부드러운 외관과 기존 PC에 쓰이지 않던 화려한 컬러, AV 제품에 쓰이던 고급스러운 재질이 사용된 것이다. ‘구매 포인트’ 면에서도 정보통신 기기는 기능과 구성이 먼저 손꼽히지만, 컨버전스 제품은 단연 디자인이 열쇠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전명섭 책임연구원은 “기능과 구성은 앞으로 제품 선택 기준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며 “소비자가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디자인이 우세한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정체가 무엇이냐!

그렇다면 컨버전스 제품의 디자인 방향은 무엇일까. 디지털 컨버전스는 기술의 발전과 기업의 신시장 창출이라는 전략의 차원에서 비롯되고 있다. TV와 PC가 융합된 제품이 전통적인 TV 모양을 하고 있을 때, 소비자는 “TV인데 왜 더 비싸냐”고 물을 게 분명하다. 이런 이유에서 컨버전스 제품의 핵심이 디자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소비자가 컨버전스 제품을 마주했을 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제품인데…?’라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

올해 독일의 레드닷과 iF디자인상을 수상한 LG전자의 ‘AV센터’는 외관만으로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정체를 밝히자면 이 제품은 타임머신 기능을 활용한 TV시청 및 녹화, 인터넷, 게임, 영화·음악·사진 감상이 가능하고, 하나의 TV 화면에 방송 화면과 인터넷 창을 동시에 보여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TV면 TV, 컴퓨터면 컴퓨터 등 아이템별로 명확하게 구분될 때는 디자이너의 업무도 분명하게 나눠져 있었다. 그러나 복합적인 기능을 담는 컨버전스 제품은 디자이너들을 함께 일하게 한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허병무 책임연구원은 “모든 제품을 골고루 디자인한 경험이 아직 없어 당분간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협업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들의 직관에 다가가라

‘소비자들이 직관으로 제품의 기능을 알아야 한다. 기능을 많이 담고 있다고 해서 복잡하게 보여서는 안된다!’

컨버전스 디자인 원칙이다. 컨버전스일수록 더 쉽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도록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매뉴얼을 보고 제품의 복잡한 기능을 낑낑대며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노 스트레스(No Stress)’ 디자인이 관건인 것이다.

삼성전자 윤상원 책임연구원은 “제품의 기능이 많기 때문에 디자인은 역설적으로 단순하게 갈 수 밖에 없다”며 “미니멀리즘을 주조로 깨끗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게 컨버전스 디자인의 추세”라고 말했다.

또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사용성(usability)을 향상시키는 것도 컨버전스 디자인의 열쇠. 기능만큼 버튼을 많이 두면 사용자가 헷갈리고, 버튼 하나로 기능을 조작하게 하면 여러 차례 눌러야 하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외관뿐 아니라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한 디자인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독일의 ‘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2005’에서 TV 캠코더 오디오 DVD 등을 TV 리모컨 하나로 조작이 가능한 ‘D-Net’을 비롯해 6개 제품이 상을 받았다. 삼성이 이 부문에서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윤 책임연구원은 “컨버전스 제품이 등장한 이후 상표를 가렸을 때 어느 회사 제품인지 식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사용자 환경 등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 더욱 중요한 브랜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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