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몸에 좋은 ‘ECO 아파트’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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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Eco) 디자인은 트렌드를 넘어선 트렌드다.’

환경과 지속 가능한 성장, 참살이 바람을 타고 국내에 ‘에코 디자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휴대전화 TV 컴퓨터를 비롯한 생활 용품에서도 친환경 디자인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 진출의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디자인을 둘러싼 국내 아파트 업계의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객들이 넓고 편리할뿐더러 ‘몸에 좋은’ 거주 공간을 아파트 선택의 첫 변수로 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은 외관을 벗어나 친환경 요소를 적극 도입하는 생활 철학의 개념으로 거듭나고 있다.

디자인 섹션 6회에서는 아파트와 가전 업계의 에코 디자인 경쟁을 둘러본다.

○ 거실의 ‘작은 정원’

지난해 롯데건설의 경기 화성시 ‘동탄 롯데 캐슬’ 모델하우스는 집 안에 ‘작은 정원’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3평 남짓한 이 공간에는 나무와 풀, 작은 연못, 돌이 배치돼 있다.

주머니처럼 생겨 ‘포켓(Pocket) 발코니’로 불린다.

2008년 완공되는 이 아파트의 경우 35평에는 1개, 43평에는 2개의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입주자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외부 조경에 치중했던 아파트 업계의 에코 디자인을 실내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건설 주택연구소 박영준 상품개발 담당장은 “추운 겨울 창문을 닫고 집안에 있다면 외부 시설이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조성됐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평면 디자인은 현재 건축 저작물로 등록돼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의 65, 73평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3면에서 외부를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각 면마다 다른 조망이 가능해 시각적 효과가 크다. 평균 2.3m 수준인 천장 높이도 2.6m로 높였다.

○ 옥상과 벽도 자연이다

옥상에도 에코 디자인이 본격 도입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생태공간으로 ‘진화’한 옥상이다. 2003년 완공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푸르지오는 옥상에 작은 연못, 목재 산책로, 빗물을 이용한 재활용 시설을 갖췄다. 50cm에 가까운 흙을 깔고 가운데에는 습지 비오토프(biotope)도 설치했다. 비오토프는 작은 생태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눈에 보기 좋은 조경이 아니라 실제 잠자리나 개구리가 살 수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주택상품개발팀 양동기 팀장은 “옥상 녹화의 결과 실제 나비와 벌이 날아들고 있다”며 “아파트 미관의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 외에도 여름철에는 햇볕을 막아 주고, 겨울에는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모델하우스를 공개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파트에도 에코 디자인이 강화됐다. 아파트 동과 부속 동에 옥상정원을, 자연채광을 위해 움푹 들어간 ‘성큰(Sunken)부’에는 정원을 배치했다. 콘크리트 색으로 삭막한 느낌을 주던 아파트 벽면도 바뀌고 있다. 올해 말 분양 예정인 대구 달서구 월성동 ‘아이파크’는 ‘담쟁이 디자인’을 선택했다. 현대산업개발 상품개발본부 조용호 조경설계파트장은 “위로 자라는 담쟁이, 아래로 성장하는 인동덩굴과 줄 사철을 이용해 그린(Green)으로 바꾸는 게 요즘 벽면 디자인의 추세”라고 밝혔다.

○ 아파트를 ‘진짜’ 숲으로

1월 대한민국 토목·건축대상 고층 주거용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포스코 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해운대 더 (노,로) 센텀 파크’는 삭막하다는 주상복합아파트의 이미지를 깨뜨렸다는 평가다.

포스코의 에코 디자인 전략은 지상 1∼3층에 주차장을 배치하고, 4층부터 입주하도록 설계했다. 지상에 설치된 주차장은 다른 곳과 달리 자연 채광과 환기가 잘 돼 쾌적한 느낌을 준다. 다른 아파트의 1층격인 4층에는 연못 등 수경시설 5개, 순환 운동 코스, 10개의 놀이터를 배치했다. 녹지율은 주상복합의 법정 기준인 15%를 훨씬 넘는 약 40%다.

2004년 준공된 서울 영등포구 신림미도 푸르지오는 단지 중앙에 생태연못을 만들었다. 기본 방수 시설 외에도 다시 흙을 깔아 자연 상태에 가깝게 만들었고, 100m 이상이 되는 계류(溪流)를 만들어 자정 기능을 높였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휴먼 디자인(Human Design)’ 개념으로 아파트를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먼 디자인은 에코 참살이 유비쿼터스 등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전체를 일종의 ‘녹지(綠地) 섬’으로 조성하고, 주차 시설은 모두 지하에 설치해 지상의 전면 녹화를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 인공지능 공기정화시스템 도입

친환경 소재 사용과 유해 물질 차단은 각 업체의 급한 불이 됐다. 환경부는 올해 초부터 ‘새집 증후군’ 유발물질 수치 공개를 의무화했다. 이 조항을 지키지 못하면 자칫 ‘유해 아파트’로 낙인찍히게 된다. 대림산업은 6월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에 일종의 아파트 실험실인 ‘주거환경 실험동’을 완공한다. 아파트 업체가 실험동을 짓는 것은 처음이다. 320평에 40억원을 들인 실험동에서는 마감재와 내부 시설을 바꿔가며 실내 공기의 품질을 점검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실내 공기의 품질과 관련된 태스크 포스 팀을 운영하고 있다. 항균 및 탈취 기능이 뛰어난 바이오 세라믹과 황토를 이용한 바닥재 시공과 전자파 방지, 실내 공기 환기, 습도조절의 효과가 있는 참숯 도배지를 사용하고 있다. 유해 가스를 자동으로 실외로 배출하는 인공지능 공기정화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다.

글=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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