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에 레드 테이프 아닌 레드 카펫을”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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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바레인 중앙은행 라시드 알 마라지 총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는 기업에 레드 테이프(규제)가 아니라 레드 카펫을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기업을 극진하게 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반(反)기업 정서와 규제에 시달리는 한국 기업엔 꿈같은 얘기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경제활동 자유도(自由度) 조사에서 바레인은 2004, 2005년 내리 중동지역 1위였다. 2004년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바레인은 인구가 70만 명에 불과하지만 중대형 호텔이 60여 개에 이르고 세계 367개 금융기관을 유치했다. 마라지 총재가 서울에 온 것도 한국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런 친(親)기업 정책과 외국 기업 유치 노력이 바레인의 번영을 이룩했다. 석유생산량이 미미하지만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잘살게 됐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가 곧 ‘국민이 잘사는 나라 만들기’다. 정부와 국민이 이에 대한 공감대는 갖지 못한 채 ‘양극화 해소’니 ‘고루 잘사는 나라 창조’니 하고 외치는 것은 기만적(欺瞞的) 행태다.

글렌 허버드(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율을 낮추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이는 일본이 장기 불황에서 탈출하고 인도가 고성장 가도를 달리는 ‘비결 아닌 비결’의 하나이기도 하다.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KAIST가 세계적 대학이 되려면 사회주의적 생각을 빨리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 세금인 국고(國庫)에 의존하지 말고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게 움직이라는 것이다. KAIST보다는 한국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 같다.

분배와 평등 코드에 매달리는 ‘큰 정부’와 증세(增稅), 그리고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저성장과 빈곤층 확대만 부른다. 마라지 총재는 “작은 정부, 기업 위주 정책만이 나라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독불장군’ 한국 정부에 이런 ‘평범한 진실’이 들릴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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