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심규선]제주특별자치도의 新三多島실험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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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도를 다녀왔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대형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경축 2006년 2월 9일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국회 통과.’

공항만이 아니다. 달리는 버스에도, 선전탑에도, 고가도로에도 7월 1일에 출범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현지 신문에도 특별자치도가 되면 달라지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넘쳐 난다.

현지 분위기를 보고 작은 의문 한 가지가 풀렸다. 서울제주도민회의 간부로 일하고 있는 한 지인에게서 얼마 전 ‘탐라 50년지’라는 잡지를 받아 보고 들었던 의문이다. 이 잡지는 서울제주도민회의 창립 50년을 기념하는 특집호였다. 그런데도 서울제주도민회의 앞날보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준비와 비전, 각오를 다룬 논문과 기고가 훨씬 더 많은 게 의아했다. 제주도에 가서야 사는 곳에 관계없이 ‘제주 사람’에겐 ‘제주특별자치도’가 초미의 관심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사람들만의 관심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 입법 산업 재정 교육 치안 관광 등 여러 면에서 국가 차원의 의미 있는 ‘분권 실험’이기 때문이다. 이 실험의 설계도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지금까지 법령으로 정하던 것을 간편하게 도의회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제주 맞춤형 자치경찰을 두게 되며, 교육감과 교육위원은 직선한다. 외국의 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치할 수 있고 외국인도 공직에 채용할 수 있다.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제,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도입된다. 지방채도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다. 관광 산업 환경 분야에서도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 인허가, 심사, 지정 및 해제 업무 등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특별법의 두 기둥은 자치권 확대와 핵심 산업의 집중 육성이다. 특별법이 제주도에 위임한 권한만 144개 분야에 909건이나 된다. 규제 철폐와 권한 이양이라는 지식정보화사회의 특징과 세계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제주도를 ‘관광 교육 의료의 동북아 허브’로 발전시켜 잘사는 섬, 살기 편한 섬, 살고 싶은 섬으로 만드는 것이다.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걱정거리가 없진 않다. 주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년층은 관광 위주로 섬을 개발하면 소득이 줄어들까 근심한다. 젊은 층은 주로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자칫하면 산업 간, 계층 간 갈등이 우려된다. 고가 관광 상품은 없고 저가 상품만 많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개선해야 한다. 숨어 있는 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관광업계와 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 있다. 2004년 말 현재 제주도의 개인 토지 중 33.8%를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다. 개발 이익을 현지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더 많이 가져간다면 특별자치도는 의미가 없다. 특별자치도의 최대 수혜자는 주민이 돼야 한다. 그래야 참을 건 참고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

펜션업을 하고 있는 한 주민(43)은 도지사와 중앙정부의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도지사가 되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일관되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7월 1일 특별자치도가 출범해도 개발과 기반 조성에만 최소 5년 이상이 걸리고, 과실은 훨씬 뒤에나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들 때는 폼 났지만 운영이 어려워 애물단지가 된 서귀포월드컵경기장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교훈을 찾을 일이다.

바람 여자 돌이 많아 삼다도로 불려 온 제주도. 특별자치도의 출범으로 희망의 바람이 불고, 관광객이 몰려들고, 그들이 떨어뜨리고 가는 돈으로 넘쳐 나는 ‘신삼다도’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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