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정선]파이팅! 바이오코리아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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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생명 과학자들의 행보가 눈부시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DNA 구조의 마지막 미스터리가 한국인 과학자의 손으로 풀렸다. DNA 구조가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953년의 일이다. 제임스 잡슨과 프랜시스 크릭에 의해 DNA가 이중나선으로 되어 있음이 밝혀졌고 이 구조 속에 생명의 가장 효율적인 복제 기능이 숨어 있음이 확인됐다. 1979년에는 DNA 구조 중에 방향성이 다른 DNA 나선구조(Z형 DNA)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으나 이것이 어떻게 세포의 기능 변화에 따라 구조적으로 바뀌는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26년간 남아 있던 미스터리가 성균관대 의대 김경규 박사팀의 결정 구조 규명으로 한 염기가 돌출하는 모습이 밝혀지면서 명쾌하게 풀렸다.

이뿐 아니다. 서울대병원에 ‘세계줄기세포허브’가 설립돼 세계의 연구자들에게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의 앞선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뉴스 또한 우리에게 또 다른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이번 허브 설립은 한국이 자신의 앞선 기술로 만든 다양한 줄기세포를 세계의 연구자들에게 공개하며 이 분야 연구를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벌써부터 세계의 전문가 그룹은 이에 대한 놀라움과 기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우리나라 생명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는 21세기 생명공학시대 인류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1900년대 초 화학에서 시작된 과학의 변경 개척은 1930년을 기점으로 해 물리학으로,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1947년에는 전자공학으로 바통이 넘어가게 된다. 50여 년의 전자공학시대를 지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생명과학이 최첨단을 열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작게는 10분의 1에 불과한 열악한 연구비 지원에도 우리의 과학자들이 자랑스러운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 연구자들의 과학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들 수 있다. 올곧게 ‘선비정신’을 지켜 온 연구자들의 자기희생은 앞으로도 우리 과학계를 지키는 버팀목으로 남을 것이다. 또 지난 20년간 시행된 국가의 과학지원정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성과의 배경에는 과학기술부의 선도기술개발사업과 국책연구개발사업,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의 ‘두뇌한국(BK)21’ 프로그램 등이 깔려 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명공학기술(BT) 연구를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과의 융합형 발전을 제도화해야 한다. 미국의 인간게놈 계획 추진의 숨은 뜻이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의료 제도와 산업의 창출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줄기세포기술의 우위를 확대 발전시키면서 생명공학기술을 ‘21세기 맞춤 의학’의 큰 그림과 잘 연결시켜야 한다. 또 아시아인의 질병 정보를 기본으로 한 ‘동아시아 바이오 의료 허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과 기초 분야의 투자도 늘려야 한다. 현재 대단위 연구사업에서 소외된 능력 있는 연구자들에게도 연구비를 지원해 대학의 기본적 연구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하며 학문 후속 세대의 육성 또한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차세대 과학혁명에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갖춘 듯 보인다. 생명공학기술의 세계적 흐름에 맞는 큰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과학에 대한 기본 투자를 늘려야 함은 물론 교육시스템 확충을 통해 한국 과학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 자칫하면 지금의 성과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지 모른다.

한국의 생명과학 파이팅!

서정선 서울대 교수·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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