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동방의 劍’ 세계 찔렀다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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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펜싱선수권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루마니아를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는 선수들. 왼쪽부터 정길옥 이혜선 남현희 서미정. 라이프치히=AFP 연합뉴스
태극기 휘날리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펜싱선수권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루마니아를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는 선수들. 왼쪽부터 정길옥 이혜선 남현희 서미정. 라이프치히=AFP 연합뉴스
펜싱의 ‘변방’인 한국이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한 끝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펜싱 플뢰레 팀은 14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2005 세계펜싱선수권 단체전 결승에서 유럽의 강호 루마니아를 접전 끝에 20-19로 이기고 금메달을 따냈다.

58년의 한국 펜싱 사상 올림픽 다음의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남녀 통틀어 처음.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는 2002년 현희(29)가 여자 에페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단체전에서는 남자 에페에서 1994년 딴 동메달이 최고 성적.

한국은 세계 랭킹 2위 서미정(25·전남도청), 2004 아테네 올림픽 8강에 올랐던 남현희(24·성북구청), 올해 8월 터키 이즈미르 유니버시아드대회 금메달리스트 이혜선(22·한국체대), 세계 41위의 다크호스 정길옥(25·강원도청)이 대회에 나섰다. 펜싱의 ‘드림팀’인 셈.

이 드림팀은 캐나다, 러시아를 차례로 물리쳤고 준결승에서 펜싱 종주국 프랑스마저 40-26의 큰 점수차로 이기며 파란을 예고했다.

남현희 서미정 정길옥이 주전으로 나선 결승에서 한국은 마지막 9회전까지 한두 점 뒤진 채 끌려갔지만 마지막 주자인 남현희가 종료 직전 번개 같은 찌르기를 성공하며 극적으로 19-19 동점을 만들었다. 남현희는 먼저 점수를 내는 쪽이 이기는 타이브레이크에서 또 한번 몸통 찌르기 공격을 성공하며 승부를 매듭지었다.

세계 펜싱 관계자들은 한국의 열악한 펜싱 여건과 서구 선수들에 비해 작은 체격 등을 볼 때 여자 대표팀의 이번 성과는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반응.

한국은 등록 선수가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합쳐 1300여 명. 반면 종주국 프랑스는 등록 선수가 8000명을 넘는 데다 클럽에서 활동하는 동호인까지 합치면 펜싱 인구가 10만 명을 넘어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김국현 대표팀 총감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체력과 순발력에서 한국 선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에 와 있다”며 “프랑스에서 6년간 펜싱 지도자 수업을 받은 뒤 지난해 말부터 여자 대표팀을 맡은 이성우 코치의 지도도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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