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의 마음속엔 아직도 한강이 흘러~’ 헌정곡 화제

  • 입력 2005년 10월 7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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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버지니아 주 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형 집행 종료 판결을 받은 로버트 김 씨(왼쪽)와 부인 장명희 씨가 5일 버지니아 주 애슈번 자택에서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 미국 버지니아 주 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형 집행 종료 판결을 받은 로버트 김 씨(왼쪽)와 부인 장명희 씨가 5일 버지니아 주 애슈번 자택에서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떠나온 조국, 국적이 바뀐 현실, 알려주고픈 사실들, 그의 마음속엔 아직도 한강이 흘러~♪’

오랜 영어의 생활 끝에 자유인이 된 ‘로버트 김’.

그를 위한 헌정곡이 한 거리음악가에 의해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

최근 로버트 김의 팬 카페(cafe.daum.net/4robertkim)를 중심으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오! 그 이름이여’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언더그라운드 가수 신승엽(51) 씨가 곡을 만들고 연주자 고용철(53) 씨가 가사를 붙여 지난 달 9일 음반으로 만들어졌다.

2000년부터 불우한 이웃을 위해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신 씨는 작년 여름 로버트 김 헌정곡을 처음 만들어 지하철과 거리에서 불러왔다.

신 씨는 “5년 전 신문의 조그만 박스 기사에서 조국을 위해 美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체포된 로버트 김을 알게 된 뒤 그는 늘 ‘내 마음속의 영웅’ 이었다”며 “혹시 그를 만나게 된다면 직접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우리가 그 입장에 서면 그처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처럼 배웠다 해도 그처럼 할 수 있을까/ 떠나온 조국 국적이 바뀐 현실 알려주고픈 사실들/ 그의 마음속엔 아직도 한강이 흘러 그는 이 땅에 진실을 보냈어/ 개국 이후 지금까지 진실한 애국자가 없는 이 땅에 진정한 우리들의 애국자/ 우리 모두 가슴에 새겨야만 해/ 이 땅에 자랑스러운 이름 로버트 김/ 이 땅에 자랑스러운 이름 로버트 김~’

이 노래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 급속도로 퍼지며 누리꾼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진짜 애국이 뭔지를 알듯해 가슴속이 뭉클하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 “빨리 로버트 김이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는 등의 많은 글을 남기고 있다.

로버트 김도 지난달 말 헌정곡을 처음 들은 뒤 자신의 팬 카페에 화답의 글을 남겼다.

“너무나 감격스러웠으며 감개무량했습니다. 그리고 황송하기까지 했습니다. 내가 고국을 위해서 특별히 한 것도 없이, 한국이 나의 조국이기 때문에 할 일이라고 한 것인데 이렇게 까지 사랑해 주시고 수고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는 또 “한국을 조국이라고 생각하고 그 나라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9년의 형을 언도받고 인간이하의 대접과 멸시를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존경받고 살아온 미국사회와 격리되어 살아 온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도 악몽 같아서 진저리가 쳐집니다.”라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그는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뒷받침해주고 또 뒤에서 밀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조국 동포들이 계시기 때문에 외롭지 않습니다. 이번에 헌정곡을 만들어주신 신승엽 씨에게 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가수 신승엽 씨가 작년 7월 경기 성남의 한 쇼핑몰에서 불우장애우돕기 거리공연에서 로버트 김의 헌정곡 '오! 그 이름이여'를 부르고 있다.

헌정곡의 가사를 만든 고용철 씨는 “정부에서 외면하는 로버트 김을 노래로라도 달래줘야 한다는 마음에서 신 씨와 함께 곡을 만들게 됐다”며 “음반이 나온 지 한달도 안됐지만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판매수익금은 전액 현재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로버트 김의 후원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김은 누구인가?=1996년 미 해군정보국(ONI) 근무 시절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金采坤·65)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기밀을 한국정부에 전달한 혐의로 체포돼 간첩죄로 미 법원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는 판결에 불복해 직접 미국 법전을 뒤져가며 재판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고 혼자 이감신청 뿐 아니라 감형신청과 형량 재심청구 등도 했다.

그는 지난해 초 8년 간 수감생활을 해온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교도소에서 집 부근인 버지니아주 윈체스터교도소로 이감, 작년 6월부터 자택에서 가택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출간한 자서전 ‘집으로 돌아오다’에서 “한국 정부의 태도는 나를 우울하게 했다. 배신감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1일 보호관찰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미국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을 종료한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첫 구속 후 9년1개월 만에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됐다.

한국 정부는 로버트 김이 미국 시민권자라 개입할 명분이 부족하다며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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