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최고’ 유류稅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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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어제 “세금 수입이 부족해 현재로서는 유류세를 내리거나 감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휘발유 가격의 62%는 각종 세금이다. 물론 세계의 많은 나라가 에너지 소비를 가급적 줄이고 환경 오염도 막자는 취지에서 유류에 세금을 많이 매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21%, 일본은 48%로 우리보다 낮다. 영국과 독일은 각각 71%와 68%로 우리보다 높지만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우리 국민의 유류세 부담이 훨씬 무거운 편이다.

국민소득의 격차를 반영할 때 우리나라의 휘발유 값은 일본의 3배, 미국의 7배쯤 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를 넘는다. 경유 값도 일본의 3배,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다.

정부가 이렇게 거둬들인 유류세 수입은 지난해 21조4571억 원이었다. 전체 국세(國稅)의 18.2%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석유 소비량이 1.4% 감소했는데도 그렇다. 휘발유 값 대비 경유 값을 2000년 100 대 47에서 2007년까지 100 대 85로 높이기 위해 경유에 물리는 세금을 해마다 크게 올린 점도 작용했다.

정부는 유류세가 특히 높은 나라와 비교해 국내 유류세가 높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소득에 비해 국민 부담이 지나치다는 점은 외면한다. 또 유류세를 인하한다고 해도 소비자 가격은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주유소 판매 가격이 자율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자율 가격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과중한 유류세는 에너지 절약 효과보다 서민 및 중산층의 세금 고통과 기업 경쟁력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더 낳는다. 더구나 자동차 없이는 생업을 할 수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운수업자들은 경기침체에다 높은 유류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세수(稅收) 부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민 부담도 살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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