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장희]지식인들이 나서야 한다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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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지금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세계는 정보화·디지털화의 시대를 넘어 포스트디지털 환경에 대비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경제구조는 급변하고 있고 성장의 패러다임은 촌각을 다투어 새로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성장동력이 약화돼 선진국 진입이라는 숙원을 달성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 게다가 때 아닌 보혁 갈등과 이념 대립으로 국론이 분열돼 있고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다. 정론을 펴야 할 학자들은 침묵하고 있고 정도를 제시해야 할 전문가들은 현장을 떠나고 있다.

분명히 뭔가 잘못되어 있다. 이래 가지고는 선진국은커녕 20세기 중반에 남미 국가가 그랬듯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할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국운의 고비에서 난국을 타개하려면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는 특단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위대한 지도자의 출현을 꼽을 수 있다. 17세기 중엽 영국의 크롬웰이 난마와 같이 얽힌 병든 사회를 뛰어난 혜안과 과단성 있는 지도력으로 새 질서를 구축했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다.

아니면 잘 조직된 개혁세력의 등장이다. 뛰어난 지도자는 없더라도 국가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면서 현 체제에 대해 강력히 도전하는 것이다. 서구 역사에서 보는 각종 시민혁명이 이에 속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그 사회의 지식인이 나서는 것이다. 기존의 질서를 인정하면서 끊임없이 현재의 모순에 대한 원인 규명에 힘을 쏟는다. 규명된 원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정론을 편다. 국민의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서는 집권층의 방향 전환을 간곡히 촉구한다.

이번에 출범한 ‘한국선진화포럼’은 위에서 든 예 중에서 세 번째에 해당된다. 회원 중에는 과거 정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대선배들도 있으므로 그들을 통해 정책적 대안을 현 집권층에 강력히 전달하면서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정책이 과연 우리 경제를 선진화의 길로 인도하는 정책일까? 무엇보다도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기본적 가치가 재정립되도록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창달이라는 대명제는 흔들릴 수 없다. ‘결과의 평등’을 지향해서는 안 되며 ‘기회의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그 가운데 개인의 창의적 능력이 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경쟁과 협력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경제가 사방에서 도전을 받고 있는 이 시대에 성장을 위한 새 활력을 발굴하는 데 두뇌를 총동원한다. 국내에 주옥같은 인재가 많건만 이들이 엮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황우석 박사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황우석-안규리-문신용-이병천으로 이어지는 인재 풀이 있었고 이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었던 주변의 사회적 열기가 있었다. 정부가 나서기 이전부터 민간부문의 자발적 헌신과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구슬을 꿰는 작업이 도처에서 일어나야 한다.

또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높여야 한다. 국민 모두가 성공한 국가, 앞서가는 사회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내 것으로 승화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세대를 향한 선진형 교육이 중요하다.

우리는 새 가치관으로 국격(國格)을 높여 가야 한다. 개인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에도 국격이 있다. 수준 높은 국격은 갈등보다 화해를 택할 때, 오해 이전에 이해가 앞설 때,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때, 어려운 일에 발 벗고 나설 때, 세계질서에 동참할 때, 세계평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때 우러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자기주장만 앞세웠지 이를 가다듬어 나라 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하고 헌신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식인들이 진실로 애국하는 마음으로, 알찬 내용을 갖고 나라 발전을 위해 나선다면 선진화는 달성될 것이다. 현 정부가 좀 뒤뚱거리다가도 이러한 운동에서 도움이나 자극을 받는다면 선진형 정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유창희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한국선진화포럼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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