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희범/혁신을 먹고 자라는 성장의 열매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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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16MD램, 윈도95 열풍….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던 이슈들이다. 1995년에 우리는 2005년까지를 어떻게 그렸을까? 갑자기 들이닥친 외환위기의 충격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 아일랜드의 강소국 성공 모델,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복제, 싸이월드에 환호하는 N세대를 과연 상상할 수 있었을까? 답은 ‘아니요’다. 10년 후 예측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세계는 빠르고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년의 변화보다는 앞으로의 10년간의 변화가 훨씬 더 빠르고 복잡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 경제는 짧은 기간 고속 성장에 성공했다.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디지털 가전, 그리고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고, 수출도 2500억 달러를 넘고 있다.

반면 산업 간, 기업 간, 근로자 간, 지역 간 양극화의 문제와 가계 신용불량, 부동산 과열 등 구조적인 문제가 그늘로 드리워져 있고 당장 눈앞에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어려움이 놓여 있다.

산업자원부는 한국 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 10년 동안 나아갈 길을 담은 ‘2015 산업발전전략’을 마련해 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단체, 연구소, 학계 등 25개 기관의 전문가 300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결과는 “한국 경제, 희망 있다”이다. 생각을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면 2015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5000달러의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처한 글로벌 환경에 엄청나게 빠르고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경우 국가보다는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한 광역집적지역이 경제활동의 축으로 대두될 것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및 산업구조 고도화는 우리 경제에 지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급속한 기술혁신으로 산업 간 경계가 붕괴되어 산업영역이 새롭게 재편되는 한편 기업들도 사업모델, 고객,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기존의 경쟁법칙에서 탈피하는 노력이 일상화될 것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서 생존하려면 우선 중국 경제의 성장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과의 교역 규모를 확대하며 함께 성장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산업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이에 따른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 주력 산업의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선진국도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섬유산업처럼 선진국들도 성숙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저성장의 문제를 극복한 바 있다. 문제는 우리의 혁신역량이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과 같은 신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테스트 베드로서 기술혁신을 선도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모든 경제 주체가 변해야 한다. 기업은 선진국 기업이 정한 경쟁법칙을 따르고, 기술을 습득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기술, 공정, 제품, 서비스, 고객, 산업, 시장을 정의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부도 역할모델을 바꾸려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이에 맞추어 법 제도 관행, 나아가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세계는 변하고, 변화는 불확실하다. 다행히 우리 국민과 기업은 강인하고 기민하고 유연하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변화의 주체로서 자신 있게 대처하자.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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