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그룹 경영권까지 흔들려는 북한

  • 입력 2005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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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음 달부터 금강산 관광객 규모를 하루 1000여명에서 600명으로 줄이겠다고 현대그룹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대북사업을 총괄해 온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을 북측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남북경협을 담당하는 북측 당국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직후 김 부회장을 사퇴시킨 것은 신의(信義)를 저버린 행위”라며 화를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금강산 사업계약서에 현대그룹 인사는 북측과 상의해야 한다는 조항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묻고싶다. 북측은 새로 대북 창구가 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에 대해서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이번 일로 개성과 백두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경협 사업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놨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을 남한을 위해 베푸는 자선사업쯤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금강산 관광은 계약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상거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 북이 관광객 수를 줄였다고 현대그룹이 대남사업 담당자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일각에선 북한이 개성 관광요금 1인당 150달러(약 15만 원)를 관철하기 위해 김윤규 씨 문제를 꺼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관광요금을 올린다고 해도 비싼 요금으로 관광객 수가 준다면 오히려 손해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 당국은 계약을 잘 지키고 적정 가격을 책정해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시장원리부터 배워야 한다.

올해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남북교역은 5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5%나 증가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관련 반출 증가와 위탁가공의류의 반입 증가에 따른 것으로 이 모두가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으로선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관광객 축소 결정은 더욱 현명하지 못했다고 본다. 앞으로 어느 기업이 북한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어느 관광객이 마음 놓고 북한을 찾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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