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은 한국기업 유치에 열 올리는데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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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州)정부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한국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에 온갖 인센티브를 주겠다는데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는 범죄자 취급하기 일쑤니, 기업들이 해외로 눈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떠나고 나면 국민이 먹고살 것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헤일리 바버 미국 미시시피 주지사는 최근 방한(訪韓)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게 “앨라배마 공장과 비슷한 혜택을 줄 테니 미시시피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앨라배마 주는 현대차 현지 공장에 2600억 원을 지원했다. 루이지애나 주와 테네시 주도 현대차 공장 유치전에 뛰어들 움직임이다. 텍사스 주는 삼성전자에 20년간 세금 감면 등의 조건을 내놓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중국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 시는 현대하이닉스에 땅값과 세금을 깎아 주고 투자액의 절반인 10억 달러의 융자까지 알선해 줬다. 국내에서는 꿈도 못 꿀 일들이다.

기업들의 수도권 투자계획은 5조 원에 이르지만 규제에 발이 묶여 있다. 정부는 대외 역차별적 규제는 풀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투자를 안 한다고 꾸짖는다. 노조의 경영권 흔들기도 문제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 측과의 단체협상에서 신차(新車)의 개발부터 판매까지 노조와 사전에 협의해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부의 규제와 노조의 경영권 침해는 국가적으로 볼 때 자학(自虐)에 가까운 ‘기업 내쫓기’ 행태다.

기업들도 경영 투명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기업을 ‘도덕군자’로 만드는 데만 몰두한다면 국내 투자가 살아나겠는가. 국내 투자 부진은 성장잠재력 하락과 취업난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2분기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2.3% 성장에 그쳤다. 투자 부진의 결과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성장도, 일자리도, 분배와 복지도 개선하기 어렵다. 이를 알 만한 정부가 규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은 ‘반(反)국민적인 정책권력 이기주의’ 행태이고, 기업의 잘못만 들추는 것은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포퓰리즘’이다. 기업만 때린다고 밥이 생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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