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의 심각성 너무 모른다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코멘트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 빠진 듯 활력을 잃고 있다. 소비와 투자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수출마저 흔들린다. 국내외 기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성장률 하락 전망을 내놓는다. 그런데도 상황을 반전(反轉)시킬 경제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이 정책실패에 대한 변명과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일관하는 사이 경제가 더욱 구조적인 어려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의 단기부양정책이 초래한 가계신용불량과 카드회사부실이 3년 연속 저성장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후보 시절에)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가계신용불량 및 카드회사부실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안이했던 인식을 반성하는 모습으로도 보이지만, 전(前) 정권과 시간에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가 더 뚜렷하다.

성장잠재력을 추락시킨 투자 부진의 정책적 책임은 과거 정권이 아니라 바로 현 정부에 있다. 이를 초래한 정치 불안과 정책 혼선, 분배와 평등 코드가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인지를 노 대통령은 자문(自問)해 보기 바란다.

노 대통령은 그나마 이만큼 한 것만 해도 큰 업적이라는 듯이 말했지만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경제가)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현저히 후퇴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국민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발언은 국정 최고책임자가 할 말이 아니다. 병은 고치지 못했지만 죽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의사와 다를 바 없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 상황을 나쁘다고만 보지 말라. 상당히 잘 관리되고 있고 전망도 밝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경제 전체를 봐야 하며 무리하게 해서 거품이 들어가면 서민들이 골병든다고도 했다. 아무도 무리하게 거품을 일으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시장원리에 맞게 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불확실성을 줄여 주고 결과적으로 생산적 투자와 건전한 소비가 촉진되도록 해 달라는 것이 많은 국민의 주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