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향軍人까지 ‘편 가르기’ 하나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코멘트
진보 성향의 ‘평화재향군인회(평군)’가 곧 출범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안보 현안에서 보수적 입장을 보여 온 재향군인회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다. 결사(結社)는 자유다. 그러나 전역군인들까지 이념으로 편이 갈려 대립, 충돌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아 걱정스럽다.

650만 제대군인의 전국조직인 향군은 안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단체다. 향군은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이라크 파병 찬성 등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평군’ 측은 이런 향군을 친미(親美), 극우라고 비판하면서 “자주적 안보관을 확산시키고 군비축소 등 평화정착운동을 전개하려면 대안(代案)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굳이 별개 조직까지 만들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견(異見)이 있다면 향군 안에서 토론의 장을 만들고 의견 조율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별개의 분파조직을 만들어 세(勢)대결 양상을 보인다면 가뜩이나 흐트러진 안보상황을 제대군인들이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결과가 빚어지지 않겠는가. ‘자주적 안보관이 국민의식 속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목표에 대해서도 일말의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향군은 법정(法定)단체인 만큼 법적인 분쟁이 벌어질 소지도 많다.

더욱 걱정되는 점은 양분된 제대군인 단체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다. 향군은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 정권 측의 안보관(觀)에 대해 반론을 많이 펴왔다. 향군에 부담감을 가져 온 현 정권으로서는 새 조직을 음양으로 지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우려되는 사태들을 감안할 때 ‘평군’의 출범은 재고돼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향군도 차제에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자세에 미흡함이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대군인들까지 편을 갈라 국가적 갈등을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