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급 회담 가능성 현실화하라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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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끝난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양측은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를 비롯한 12개 항에 합의했다고 공동발표했다. 당초 예상보다 합의사항이 많은 것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6·17 평양 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만큼은 확실한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8월 중 개최하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공동발표문에는 ‘전쟁 시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 확인’으로 표현돼 ‘국군포로’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북한이 이 정도로 양보한 것도 진전이다.

이 밖에 이산가족 상봉과 면회소 착공 합의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대가로 우리 측은 식량 40만 t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농업과 수산분야에서의 지원과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북은 식량을 챙기고 남은 몇 가지 양보를 얻어낸 것이다. 전형적인 남북대화 패턴이 되풀이된 셈이다. 역시 식량이 주된 동인(動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공동보도문에 “평화적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남북이 여러 가지를 합의했지만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이다. 북측은 ‘7월 중 6자회담 복귀’를 확약했어야 했다. 그것이 한미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남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었는데 아쉽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결국 북한의 ‘핵 비켜 가기’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남측은 이제 회담 당사국들, 특히 미국에 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갈 경우 한미관계는 늘 불편했던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정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약속했다는 ‘중대한 제안’의 내용을 놓고도 벌써 온갖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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