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진]인천공항에 국제물류센터 유치하자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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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 특성화 사업의 하나인 인하대의 ‘글로벌 물류 전문인력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학생들과 함께 세계적인 물류기업 DHL의 벨기에 브뤼셀 허브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이곳은 매일 밤 약 14만여 개, 1100t의 화물 및 문서를 처리하는 유럽지역 DHL의 허브공항으로서 우리가 방문한 오전 2시경에도 전용 비행기가 끊임없이 이착륙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하여 화물이 물류센터로 들어오고 다시 분류되어 비행기로 나가는 데 2, 3시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러한 것이 익일 국제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소 기록이 파손된 화물은 특별관리센터에서 배송처를 재확인하는 등 배송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항공물류는 물량 측면에서는 전체 물동량의 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금액으로 보면 약 4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이 중 대부분을 항공특송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20년간 매년 5∼15%의 성장이 예측되며 연계산업이 방대한 만큼 파급 효과도 커서 점차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항공특송업의 핵심 인프라가 바로 ‘허브’라고 불리는 중심 공항이다. 항공특송업의 특성상 신속한 배달을 위하여 화물은 일단 브뤼셀과 같은 허브공항으로 보내지며 심야시간을 이용하여 정리, 분류되어 다시 항공편을 이용하여 지역공항으로 배송되거나 육상교통을 이용하여 해당 지역으로 보내진다. 이렇게 배송된 화물은 아침에 도착지에 배달되어 익일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지역에서의 이와 같은 허브를 인천국제공항에 유치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동북아 항공교통망의 중심축에 위치하여 비행거리 3.5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51곳이나 된다. 또 유럽 및 미국 동부까지도 논스톱 비행이 가능해 중국을 기점 또는 종점으로 하는 고급 물류서비스, 즉 항공특송업에 대한 수요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중국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인천공항의 대중국 물동량이 대미국 물동량을 앞서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 공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인 항공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면 글로벌 물류기업의 동북아시아 허브를 한국에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DHL이 기존 시설을 증설하여 7700평 규모의 화물터미널과 사무실을 갖춘 물류 허브를 인천공항에 착공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이 시설이 단순한 물류창고에 머물지 않고 동북아지역의 핵심 허브로서 확실히 자리 매김하기를 바란다.

인천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진정한 물류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는 글로벌 제조기업의 물류센터를 유치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인천공항을 동북아의 물류 구도 상에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장소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중국의 물류산업 및 인프라 수준이 궤도에 오르기 전에 한국 중심의 물류 구도를 고착화시키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특정 지역의 특정 산업에 대해서만이라도 안정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합의 천명, 정부의 강력한 실행 의지가 뒷받침되는 규제 완화가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브뤼셀의 DHL 허브가 아직까지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물류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벨기에의 야심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한 걸음씩 변화해 나갈 때 동북아 물류 허브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진 인하대교수 아태물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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