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형준]‘일본해에 밀리는 東海’…홍보 어디갔나

  • 입력 2005년 5월 3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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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라는 영문 표기가 아직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민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일 북한이 동해에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CNN ABC AP 등 대부분의 외신은 예외 없이 미사일 낙하지점을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했다.

최근 고려대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도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일관계를 언급하면서 동해 대신 일본해라는 표현을 썼다. 한반도 상황에 밝은 그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며 주저 없이 그런 표현을 쓴 사실이 놀라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기자는 하도 궁금한 나머지 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국정홍보처에 전화 문의를 했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처음 보도한 곳이 일본 언론이어서 이를 인용한 외신들이 모두 일본해라고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많은 외국 언론은 일본 언론이 아닌 미 백악관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하면서도 일본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교통상부는 “19세기 일본 세력이 팽창하면서 일본해라는 표기가 굳어졌다”며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주장하되 (불공정한) 사례를 모아 나중에 일본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해야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면 일본해 대신 동해라는 제 이름을 찾는 것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일 수밖에 없다.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의 활동을 보자. 반크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팔리는 외국 지도의 대부분은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지만 온라인 사이트에선 반크의 활동으로 약 40%가 동해를 병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적극 나서면 잘못된 표기를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가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동해는 일본해가 아니라 한국의 바다라고 당당히 선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가홍보가 아닐까.

박형준 정치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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