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상록]5일만에 말바꾼 주택정책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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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정책은 국민 개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정책이 조금만 변해도 시장과 개인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건설교통부의 일련의 정책을 보면 최소한의 사전준비마저 하지 않은 채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건교부는 17일 재건축 아파트의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아파트 재건축을 하려면 임대아파트를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하지만 늘어나는 용적률이 30% 미만이면 이런 의무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건교부는 현재 재건축 조합이 승인된 단지 중 용적률 증가분이 30% 미만인 곳이 한 군데도 없고,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아파트의 증축 허용범위가 30%인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불과 5일 뒤인 22일 “용적률 증가가 30% 미만이라도 임대아파트를 짓게 하겠다”고 정 반대의 발표를 했다.

임대아파트 건설 의무에서 벗어난 강남권 일부 단지의 집값이 오르고 있어 방침을 바꿨다고 했다. 불과 며칠 뒤 시장 상황도 예측하지 못한 채 정책을 발표한 셈이다.

가격 상승의 근거를 묻자 ‘일부 언론’과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라는 군색한 대답이 돌아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중요한 정책을 며칠 만에 뒤집으면서 “집값을 잡는다는 대(大)원칙 아래 세부 정책은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당당히(?) 말하는 건교부 관리들의 무책임성이다.

정책 번복에 따른 재건축 위축이나 피해를 보게 될 ‘강남 이외의 지역’에 대한 대책은 안중에도 없었다.

정책은 원칙과 틀이 있어야 한다.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그렇다. 일관되지 않고 즉흥적인 정책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나서 신중하게 정책을 내놓아야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없다.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근의 주택 정책은 지나치게 일관성과 신뢰성을 잃고 있다. 국민을 혼란시키는 ‘오락가락 정책’은 더 큰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이상록 경제부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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