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지호]왜 自由主義운동인가

  • 입력 2005년 1월 19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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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근대 시민사회의 구성원리이자 우리 헌법의 규범적 가치다. 그런데 왜 새삼스럽게 자유주의운동인가. 자유주의가 상처받아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고통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는 성공적 작품이었다. 물론 모든 게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시장경제 시스템 도입과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통해 근대화를 이룬 서구 선진국과 달리 우리의 성취에는 자유주의가 결핍돼 있다. 개발독재의 ‘향도적 시장경제(guided market economy)’와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주아 민주주의라 폄훼했던 ‘1980년 광주’ 이후의 민중민주주의는 압축적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력이었으나 공히 자유주의에 반하는 것들이었다. 이제 우리는 지난날의 성취에 대한 자족을 뛰어넘어야 한다. 성취 속에 가려져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발견해야 또 다른 발전과 진보를 이룰 수 있다.

▼우리 근대화에 빠진 것▼

이 점에서 2004년은 한국 자유주의에 중대한 의미를 띤 한 해였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세력 중 진정한 자유주의 정당이 없음을 확인했다. 사회주의 강령을 내걸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논외로 치자. 1987년 민주화투쟁의 산물이자 입헌주의의 보루인 헌법재판소를 ‘수구 헌재’로, 그 결정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사법 쿠데타’로 매도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비(非)자유주의 내지는 반(反)자유주의 세력임을 스스로 폭로했다. 희대의 반(反)자유주의 악법인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 성립의 공범인 한나라당 역시 자유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걸핏하면 튀어나오는 매카시즘 수법은 그들이 과연 자유주의의 ABC를 아는지 의심케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개발독재의 정부주도형 경제성장을 사시(斜視)로 바라보는 현 정권이 한국형 뉴딜을 주장하며 큰 정부를 획책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인당 세부담액은 341만7000원으로 작년보다 10% 이상 늘 전망이다. 불경기에 세금이 이토록 느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는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행정의 실현이라는 진부한 구호를 외치지 않는다. 단순한 권력분산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정치권과 행정부가 행사하는 권력의 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추구한다. 바로 작은 정부다. 그래야 정경유착을 근절시키고 차떼기를 영원히 추방할 수 있다. 국민에게 세금을 돌려줄 수도 있다.

새해 들어 정부여당은 부쩍 ‘선진한국’을 강조한다. 문제는 선진화의 실현방도다. 자유주의 없는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이제 자유주의자들은 정치권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독자적인 대오구축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 작년 말 시작된 자유주의 운동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의 출현으로 한국의 민주화세력은 ‘정통 민주화세력’과 ‘일탈 민주화세력’으로 양분됐다. 산업화세력 역시 ‘자유시장 세력’과 ‘국가통제 세력’으로 분화되고 있다. ‘정통 민주화세력’과 ‘자유시장 세력’의 결합, 거기에 4050의 전문가 역량과 2030의 뜨거운 피가 더해질 때 한국의 선진화세력은 그 완성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선진화 실현의 해법▼

물론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한반도 최대의 수구냉전집단인 김정일 일당이 자유주의 운동에 발끈하고 있으며 국내 수구좌파들이 비슷한 논리로 자유주의 운동을 물어뜯으려 한다. 200년 전 얘기를 가지고 엉뚱한 시비를 거는 케인스주의자도 있다. 이 모든 헛발질들을 뒤로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때 자유주의 운동은 대한민국의 21세기를 밝힐 ‘새로운 빛(New Light)’이 될 것이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서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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