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임규진/슬픈 ‘겨울연가’

  • 입력 2005년 1월 17일 17시 55분


코멘트
고교 시절 헤어진 뒤 10년 만에 만난 준상과 유진.

준상은 신입사원 모집에 수없이 낙방한 취업준비생. 유진은 취직에 실패하자 구직을 포기했다. 실업 통계에서 준상은 실업자이지만 유진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준상은 첫사랑의 추억을 입 밖에 내놓지 못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데다 남이섬에 놀러갈 차비도 없었다.

“유진아, 어디 다녀?”

“음, 그냥 집에 있어. 너는…?”

“요즘 취직이 밤하늘의 폴라리스(북극성) 따는 것보다 어렵더라.”

“어, 그래….”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말았다.

준상이 올해 안에 취직한다면 유진과의 첫사랑은 드라마 ‘겨울연가’처럼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준상이 일자리 찾기에 실패한다면 첫사랑의 완성은 어려워질 듯싶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7.9%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11월 7.3%에서 12월 8.5%까지 높아졌다. 전체실업률 3.5%의 두 배를 넘는다. 유진처럼 구직을 포기한 젊은이를 감안하면 청년 실업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실업에는 경기침체와 함께 교육과 노동시장의 왜곡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집약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년실업은) 대학 교육과 직업 교육을 혁신하는 등 중장기 정책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준상의 취직이 올해 안에 어렵다는 얘기로 들린다.

노동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대학 졸업생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무래도 준상은 취직을 위해 일자리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 같다. 이런 준상에게 사회도 일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우선 기업투자와 민간소비를 살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다양한 창업 기회도 생긴다.

또 눈높이를 낮춰 취직한 준상이 좋은 직장으로 쉽게 옮길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 해야 한다.

대학은 인재 배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실업자만 양산하는 경쟁력 없는 대학은 스스로 간판을 내려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연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준상과 유진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겨울연가의 원래 줄거리로 돌아가 보자. 준상과 유진은 당연히 일자리를 갖고 있었다. 둘은 명대사를 나누며 우여곡절 끝에 첫사랑을 아름답게 완성한다.

올해 대한민국의 청춘남녀들은 취업 걱정에서 벗어나 겨울연가의 명대사를 나누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유진이 준상에게)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서로의 마음이 가장 좋은 집이잖아요.”

임규진 경제부 차장 mhjh2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