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재일]‘사용후 核연료’ 건식처리 바람직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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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최근 방사성 폐기물 중 사용후 연료와 중저준위 폐기물을 분리해 처리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독일에서 40여 년 이상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적 안전을 연구해 온 필자의 경험에서 볼 때 현실적인 대안이라 생각된다.

20년 가깝게 원전수거물관리시설 건립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화석에너지 사용 결과로 대기오염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원자력 에너지의 사용 뒤에는 방사성 폐기물이 남는다는 것과 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했던 것이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소 설립 초창기에는 경제발전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폐기물 처분 과제를 소홀히 했을 것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사용후 연료와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동시에 처리하려 했던 정부의 시도가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본다. 사용후 연료는 처리과정 및 장기적 안전 문제가 아직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입증된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의 설립을 분리해서 처리했어야 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사용후 연료와 중저준위 폐기물이 물성(物性)에서 다르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사용후 연료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다. 사용후 연료에 포함된 방사능은 수만 년 지속되므로 이에 대한 특별 연구와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한편 내용물의 95%는 에너지 자원으로 추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중저준위 폐기물의 방사능은 원전에서 나온 폐기물 방사능 총량의 1%도 되지 않으며 이들의 방사능은 50년 또는 100년 이내에 쇠퇴한다. 국제적으로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에서의 방사성 누출이 주민에게 위험한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으며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은 현재 한국의 기술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설립하고 관리할 수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우선 추진해서 해결한다고 할 때, 사용후 연료의 안전한 관리 대책은 어떻게 세울 것이냐는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여기엔 장기 안전 관리에 대한 정치 경제 외교 기술 사회 등의 전방위 관점에서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회는 관련 입법에 관한 연구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프랑스는 폐기물의 처분 저장 관리 재사용 방법에 대한 연구를 15년이나 해 오고 있고, 독일은 안전 처분 및 장기 안전 연구만 3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사용후 연료를 습식과 건식 방식으로 원자력발전소 내에 보관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을 볼 때 1980년대 후반까지는 사용후 연료에서 발생되는 붕괴열의 냉각 매체로 물을 사용해 저장 수조에 저장하는 습식 방식이 주로 채택됐으나, 1990년대 이후로는 용량확장과 장기 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건식저장 방식의 채택이 늘고 있다.

물 대신 기체 또는 공기를 냉각재로 이용하고, 방사성 차폐체로는 물 대신 콘크리트, 금속제 특수 용기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안정된 장기 안전 관리 기술과 재처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질 때까지는 한국도 건식방식으로 각 발전소 내에 중간 저장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라 생각된다.

방사성 폐기물의 장기적인 안전 관리를 위해 정부는 연구인력 양성과 폭 넓은 연구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국민도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재일 유럽연합 원자력관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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