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소수 강경파에 휘둘려선 안 된다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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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일각의 국가보안법 폐지 압박이 도(度)를 넘고 있다. 의사당 농성에 이어 당 지도부 소환운동, 서명운동, 10만 당원대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연내 폐지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원내대표실을 점거하고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폐지’ 구호를 외치는 일부 소장파 의원의 모습은 참다운 대의(代議)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당 지도부가 한나라당과 4대 쟁점 법안 처리 원칙에 합의했다면 따르는 것이 옳다. 22일 의원총회에서도 격론 끝에 “당 지도부를 믿고 여야 4인 회담 결과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하지 않았는가. 지도부가 회담 결렬 위기 속에서도 접점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당 내외를 막론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민주정당을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외곽조직이 전체 의원들을 상대로 ‘국보법 연내 폐지’ 동의서를 돌린 뒤 서명하지 않은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7월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때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양심고백하라”고 압박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민독재 정당이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 소수 강경파의 반발에 밀려 당 지도부는 “국보법 처리 시점을 재조정하거나 대체 법안을 고려해 보자”는 일각의 타협안에 대해선 얘기도 못 꺼내고 있다. 당 기획위원장이 대체 입법 재검토 가능성을 거론했다가 집중 포화를 맞고 한나절 만에 없던 일로 하고 말았다.

집권 여당이 소수 강경파에 휘둘린다면 국정도 정치도 제대로 될 수가 없다. 비록 어제 여야 4인 회담에서도 뚜렷한 결실이 없었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쉽게 타결될 회담은 아니었지 않은가. ‘민생 우선’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시작된 회담이라면 30일까지라도 대화의 문을 닫아선 안 된다. 당 내 강경파의 반발만 두렵고 국민의 뜻은 두렵지 않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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